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조선일보 DB

해외 파견된 근로자가 현지 법인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했다면 원래 소속됐던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 소속 임직원 5명이 각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 5명은 2005~2009년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에 입사한 후 회사가 중국 대련에 설립한 STX대련 법인으로 발령을 받아 현지에서 2013~2014년까지 근무했다.

이들은 2012년부터 중국 법인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체불임금은 근로자 1인당 수천만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로 돌아온 근로자들은 2014년 3월 회사를 상대로 “중국 근무 기간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회사는 “해외 파견 근로자는 국내 회사에서 퇴직하고 중국 현지 법인에서 고용됐기 때문에 이들의 미지급 임금은 중국 법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1심은 “근로자들이 원래 회사에서 퇴직하고 다른 회사에 취업하는 ‘전적’이 아닌 ‘전출’ 근무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국내 본사가 이들에게 체불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이들이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는 동안 본사에 대한 근로 제공을 중단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판결은 이번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회사 인사명령에 따라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했고, 원고들이 중국으로 이동 무렵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퇴직 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원고들이 피고 회사 등에 대한 임금채권을 포기했다거나 회사가 임금지급 책임을 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