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현 이재명 캠프 총괄 부실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압력으로 사퇴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24일 공개됐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24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황 전 사장은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 2015년 3월 사퇴했다. 그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대장동 사업 추진을 주도했다. 법조계에선 “정당한 사유 없이 사퇴를 종용해 사직서를 받아냈다면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며 “최종 지시자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지 취재와 채널A보도 등을 종합하면,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었던 유한기씨는 2015년 2월 6일 오후 3시 10분쯤 황 전 사장 집무실을 찾아가 사직서를 요구했다. 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유동규씨는 ‘유원’으로, 유한기씨는 ‘유투’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각각 공사 내 1⋅2인자라는 의미였다.

약 40분 분량의 녹취록에서 유한기씨는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를) 써주십시오. 왜 아무것도 아닌 걸 못 써주십니까”라며 사직서 제출을 14차례 요구했고, 유동규 전 본부장과 ‘정 실장’을 수차례 언급했다.

황 전 사장이 “정 실장과 유 전 본부장이 당신에게 (사직서 제출 요청을) 떠미는 것이냐”고 묻자, 유씨는 “그러고 있어요. 그러니까 양쪽 다”라고 대답했다. 황 전 사장이 재차 “그래? 정 실장도 그러고 유동규도 그러고?”라고 묻자 유씨는 “예. 정 (실장)도 그렇고 유 (전 본부장)도 그렇고 양쪽 다 (요청)했다니까요”라고 답했다.

황 전 사장은 “내가 (사직서를) 써서 줘도 (이재명 당시) 시장한테 갖다 써서 주지, 당신한테는 못 주겠다”고도 했지만 유씨는 사직서를 계속 요구했다. 황 전 사장이 “그래 알았어. 내주에 내가 해줄게”라고도 했지만 유씨는 “아닙니다.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납니다. 아주 꼴이 아닙니다”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황 전 사장은 결국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유씨가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이날은 대장동 사업 민간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었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배포하기 일주일 전이었다.

황 전 사장은 이날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황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윗선’의 압력을 받고 사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사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이 ‘이 지사 개입 여부’ 등을 묻자 “나중에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의 핵심 측근인 정씨는 2019년 2월 성남시 대장동 개발지구 내 전용면적 84㎡(공급면적 34평형) 아파트 1채를 분양받아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정씨는 본지에 “어느 누구와도 황 전 사장의 거취 문제를 의논한 적 없다”며 “성남시 산하기관 인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유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사업을 맡기려고 황 전 사장을 사퇴시켰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기소돼 2심까지 징역 2년이 선고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