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주 노동계 인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은 북한 노동당 산하 통일전선부 225국이 주도했으며, 6년 전 ‘김 목사 국보법 위반 사건’도 225국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6일 전해졌다. 두 사건에는 공통적으로 리광진이라는 225국 소속 북한 공작원이 등장하기도 한다.

북한 전문가와 탈북민 등에 따르면, 225국은 한국 시민·노동 단체 인사들을 포섭해 남한 내 지하당을 만들고 이를 통한 국가 기밀 수집 및 북한 체제 선전 활동을 목표로 한 조직이다. 이 조직은 2015년 문화교류국으로 명칭을 바꿨다. 특히, 북한 지령으로 청주에서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했던 4명의 경우, ‘자주통일충북동지회’라는 지하조직을 결성해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국정원 등은 판단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일당 중 일부가 소속됐던 모 정당의 내부 정보가 북에 전달됐다고 보고 국가기밀 탐지 및 수집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12월 기소된 김모 목사 사건의 판결문 등에 따르면, 김 목사는 북한의 공작금을 받고 친북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를 받고 있다. 김 목사는 2011년 4월 중국 다롄에서, 2012년 5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북한 225국 소속 윤 등을 만났다. 당시 ‘스테가노그라피’라고 불리는 암호화 기법과 프로그램 등을 전달받은 김 목사는 ‘혁명적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작성했다.

또한 김 목사는 2015년 북한 체제 학습 활동을 함께하던 동료 A씨에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공작금을 수령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A씨가 2015년 4월 쿠알라룸푸르에서 225국 소속 북한 공작원들을 접선했는데 그중 하나가 리광진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리광진은 A씨에게 공작금 1만8900달러를 준 ‘전달책’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리광진은 청주 노동계 인사 4명이 연루된 최근 사건에서는 일당 4명 중 B(구속)씨를 2018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접선해 ‘사상 교육’을 하고 지령도 전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프놈펜 접선’에는 북한 공작원 조도 참여했는데 그 역시 225국 소속이라고 한다. 이들 역시 김 목사와 마찬가지로 ‘스테가노그라피’를 통해 메시지를 암호화해 북한 측과 연락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번에 법원이 일당 4명 중 유일하게 구속 영장을 기각했던 손모씨는 “자주통일충북동지회는 국정원과 검찰이 조작한 유령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또 리광진에 대해 “2016년 김 목사 1심 판결에서 리광진에 대한 증거가 채택되지 않는 등 리광진은 국정원이 조작해 만든 가상의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김 목사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이 2014년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나타났던 리광진 등의 여권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했다가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김 목사 사건 수사팀 관계자는 “국정원은 해외 협조망을 통해 확보한 리광진 등의 여권 사진을 제출했는데 ‘정책적 이유’로 입수 경위를 밝히지 않아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며 “그러나 리광진 등과 접촉하는 모습이 담긴 촬영물 등 다른 증거가 많아 여권 사진은 핵심 증거가 아니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2017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문화교류국(225국)은 끊임없이 남한 내 동조세력을 포섭하는 공작을 시도해 왔고, 이번 ‘청주 사건’을 통해 그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은 “225국은 한국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활동을 지시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연결고리만 숨기면 적발하기 어렵다”고 했다.

☞2015년 김모 목사 국보법 위반 사건

인터넷 매체를 운영하는 김모 목사가 2011~2015년 북한 대남공작조직 225국 소속 공작원들로부터 지령과 공작금 1만8900달러를 받고 국내 정세 보고서 등을 작성한 혐의로 2015년 기소돼 징역 3년형이 확정된 사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금품수수 혐의 등이 인정된 이 사건은 세간에는 ‘목사 간첩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