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0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조작 및 외부 유출’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것이다. 공수처는 이날 청와대의 이 비서관 사무실도 자료를 임의 제출받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하려 했지만, 청와대는 “이 비서관이 자택 압수수색 때문에 자리를 비워 조만간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나중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막은 셈이다. 공수처는 21일 청와대 압수수색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0일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조작 및 외부 유출’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2021.7.1 연합뉴스

‘윤중천 면담보고서’는 이규원 검사가 2018년 12월과 이듬해 1월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 접대 의혹’의 당사자인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5~6차례 면담해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윤중천씨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을 거론했다고 돼 있었고, 그 내용이 일부 언론에 흘러나가 기사화까지 됐으나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당시 이 검사와 지속적으로 통화를 주고받은 이 비서관은 이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청와대의 김학의 사건 기획사정’이란 차원에서 수사 중이기도 하다. 2019년 3월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윤규근 총경이 연루된 ‘버닝썬 사건’으로 동력을 잃게 될까 봐 청와대가 ‘김학의 사건’을 다시 꺼냈다는 것이다. 이 검찰 수사에 앞서 공수처가 먼저 이 비서관을 겨냥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공수처 수사의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규원 검사는 자신의 혐의는 물론 이 비서관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또 압수수색 시기가 늦어 증거 확보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청와대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하지만 공수처가 원하는 자료를 내어줄 가능성은 낮다. 이미 청와대는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된 ‘김학의·버닝썬·장자연 사건’ 관련 부처별 보고 자료에 윤중천 면담 관련 내용이 없었다면서 ‘이광철 연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이광철 무혐의’ 수순을 밟기 위해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비서실 등은 보안 사항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관련 법률에 따라 압수수색영장의 집행보다는 임의 제출 방식으로 수사에 협조했다”며 “이번 영장 집행에 대해서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수사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협조 의사'를 밝힌 것도 공수처의 그런 기류를 읽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작년 1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는 완전히 무산시킨 바 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1일 이광철 비서관이 사의를 밝힌 이래 20일째 그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 비서관 사의를 수용하면서도 “업무 공백이 없도록 인수인계를 마친 뒤 퇴직 절차를 밟아라”라고 지시했다. 이 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장관과 가까운 친조국 인사로 청와대에서는 실세 비서관으로 통한다. 이날도 청와대는 “계속해서 후임을 찾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야당은 “이렇게까지 이 비서관을 감싸고 도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