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이 열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한동훈 검사장이 있는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본인과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올 1월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엔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며 사과문을 올렸다가 법정에서 말을 바꾼 것이다.

◇유시민 측 “한동훈 검사장 개인 향한 비판 아니었다” 말 바꿔

2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지상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 이사장의 첫 재판에서 유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맥락상 (유 이사장이)검찰 등 국가기관을 비판한 것이지 한 검사장 개인을 향한 비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알게 된 사실을 근거로 추측과 의견을 밝힌 것이다”라며 “설령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 해도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시 수사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데 (유 이사장이)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날 유 이사장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본재판에 앞서 쟁점과 변론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여서 피고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유 이사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 제기 절차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2021년 1월 1일부터 수사권이 조정돼 검찰이 명예훼손 범죄를 직접수사할 수 없으며 관련 사건은 경찰로 이송해야 한다”며 검찰이 유 이사장을 직접수사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검사는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된 시점이 작년 8월이다. 수사 개시 당시 검찰은 수사권을 갖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지상목 재판장은 검찰에 수사권 유무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

◇사찰 입증 못하자 올 1월 마지못해 사과

앞서 유 이사장은 2019년 12월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2019년 11~12월)노무현재단의 주거래은행 계좌를 들여다본 것을 확인했다”며 “제 개인 계좌도 다 들여다봤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주장했다. 또 작년 7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선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검사장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은 수 차례 공식 부인했지만 유 이사장은 언론에 나와 똑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에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이 작년 8월 13일 유 이사장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다.

증거를 보여달란 요구에도 묵묵부답하던 유 이사장은 수사기관이 계좌를 열람한 경우 금융기관에서 당사자에게 보내는 통지를 법정기한(최장 1년)이 지나서도 받지 못하자 뒤늦게 사과했다. 지난 1월 “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며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한동훈 “명백히 개인 타켓 허위주장 해놓고 이제와 발뺌”

그랬던 유 이사장이 법정에서 말을 뒤집자 한동훈 검사장은 “누가봐도 명백히 저 개인을 타겟으로 해코지 하기 위한 허위주장을 해 놓고 지금와서 저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고 발뺌하는 게 개탄스럽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유 이사장은 2020년 7월 24일 저의 수사심의회 당일에 맞춰 MBC 라디오에 출연, 제 실명을 특정해 계좌추적 허위주장을 했고, 자신도 한동훈 수사심의회에 나가고 싶지만 안 불러주니 이 방송이 수사심의회라고 생각하고 말하겠다는 저 개인을 향한 조롱의 말까지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장기간 허위주장을 반복했는데다 자기 입으로 계좌추적을 ‘확인했다’고 말해놓고, 지금 와서 ‘의견’이라고 둘러대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럴거면 유씨는 올해 1월 명문의 긴 사과문은 왜 낸 것이고, 어떤 형태의 책임도 지겠다는 말은 왜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당시 유 이사장은 사과문에서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었다.

유 이사장의 다음 재판은 7월 20일 오후 5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