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한수(99)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선일보DB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조각한 김운성·김서경씨 부부가 “‘징용노동자 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허위 사실을 퍼트려 명예를 훼손했다”며 전 대전시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 7단독 이근철 판사는 지난달 28일 김씨 부부가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변호사)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판사는 기각 사유로 2019년 3월 20일쯤 ‘초등학교 교과서에 게재된 강제 징용 노동자 사진이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으로 밝혀졌다’는 기사가 여러 언론사에 보도된 점, 책자 등에 ‘이 사건의 노동자상의 모델이 한국인이 아니고 1926년 9월 9일 자 일본 ‘아사히카와 신문’에 실린 강제노역에 시달리다가 경찰에 구출된 일본인 노동자'라고 언급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일본인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진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사 7종 교과서에 ‘조선인 강제징용’ 등의 제목으로 실렸다.

이 밖에 법원은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이 보도자료나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본인 모델로 한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는 역사 왜곡으로 시정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한 것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며 “공익을 위한 것일 때는 지적한 내용이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진실임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위법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작가 부부가 노동자상의 모델이 일본인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소연 전 의원은 2019년 8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서울 용산역, 대전시청 앞 등에 설치된 헐벗고 깡마른 징용 노동자 모델은 우리 조상이 아니고 일본 홋카이도 토목공사 현장에서 학대당한 일본인이며, 이는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작가 부부는 그해 11월 김 전 의원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검찰 고발 사건은 무혐의 처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