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모에게 무기징역을, 양부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이상주)는 정인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 장모(35)씨와 양부 안모(38)씨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장씨와 안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 사이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장씨는 살인, 아동학대치사 혐의, 안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14일 검찰은 양모 장씨에게 사형을, 양부 안씨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이 사진을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양모 장씨 양형이유에 대해 “자신의 발로 복부를 밟는 등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만행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피고인은 보호와 양육의 대상이었던 정인이를 잔혹한 범행 대상으로 삼다가 생명마저 앗아간 것이므로 그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크고 분명하게 드러나 있고, 이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상실감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또 “입양 한달여가 지난 후부터 양육 스트레스 등을 내세워 상습적으로 피해자 방임하기 시작했고 피해자에 대한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도 가했다”며 “입양으로 인해 스스로 무방비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인격체로 보호하기보다는 학대의 대상으로만 삼아 자신의 마음대로 신체적 학대를 일삼다가 마침내 피해자를 살해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정인이 복부를 발로 밟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장씨는 그동안 “정인이가 밥을 잘 먹지 않아 때린 사실은 있으나 발로 복부를 밟는 등 정인이를 강한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가격을 가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화가 난 상태에서 (정인이를) 떨어뜨렸고 이송 중 심폐소생술을 했을 뿐 사망에 이르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기가 파열되지 않고 췌장만 손상된 것으로 보면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은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다른 가능성이 배제된 이상 피해자 복부에 강한 근력이 가해지면서 췌장 절단과 소장과 대장, 장간막 파열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부 안씨에게는 징역 5년형을 선고하고 안씨를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양부 안씨에 대해서 “양부로서 장씨와 함께 생활하면서 피해자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전혀 알 수 없다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며 “이미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졌음에도 장씨로부터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장씨 말만 듣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장씨의 기분만 살피면서 학대를 방관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육자로서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 있음에도 장씨의 범행에 동조했다”고 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그동안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할 부분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