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조선DB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13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에 대해 “관할을 맞추기 위한 억지춘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수사는 수원지검에 해 놓고 정작 기소는 중앙지검이 하는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전날 수원지검 수사팀은 직무대리 발령을 통해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형사소송법의 ‘관할’ 규정부터 짚어봤습니다. 4조(토지관할)는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기소할 때 범죄가 일어난 곳, 혹은 범죄자의 주소지나 그가 있는 곳의 관할 법원에 기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부가 이규원 검사의 불법 출금을 수사하려는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압력을 가한 사건입니다. 대검이 위치한 곳은 서울 서초동이고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의 주소지도 서울입니다. 수원은 수사팀이 위치한 곳일 뿐 관할이 없습니다.

결국 수원지검이 수사한 사건이지만 토지관할이 있고, 이규원 검사 등이 이미 기소돼 재판중인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수원지검이 관할구역 내 수원지법이 아닌 중앙지법에 기소하기 위해서는 규정상 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수원지검 수사팀이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중앙지법에 기소했습니다. 관할 때문에 직무대리 발령을 받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지난달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할 때도 직무대리 방식을 취했습니다. 즉 이 지검장 기소는 법규정이나 실무관행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당시에는 관할에 대해 아무 얘기도 않던 박 장관은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이 지검장 기소에 대해선 유독 불편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 지검장이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라는 점과 더불어, 기소후 나타날 ‘불편한 광경’ 때문이리라 생각됩니다.

◇후배 검사들 맞은편 피고인석의 중앙지검장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의 피고인석에 서게 됩니다. 중앙지검장 휘하의 검사들이 수사한 사건은 중앙지법에 공소제기합니다. 맞은편에서는 후배 검사들이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제시하고 증인신문을 하는데 이 지검장은 피고인으로 자기 혐의를 방어해야 합니다. 전례없는 일입니다. 맞은편 검사가 중앙지검 직무대리 형식이라도, 검찰 위상이 무너지는 낮부끄러운 장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 지검장이 물러나거나 적어도 법무부가 비(非) 수사부서 발령으로 직무배제를 하면 해소됩니다. 하지만 이 지검장 본인은 물론 박 장관도 “기소와 직무배제는 별도 절차”라고 했습니다. 이 지검장을 그 자리에 계속 둬 ‘피고인 중앙지검장’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국가공무원법 73조의3 1항 3호는 임용권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약식명령 제외)은 직위해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9급 공무원의 경우에도 기소되면 이 규정에 따라 대부분 직위해제됩니다. 그런데도 대형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직권남용’으로 기소된 상태에서 자리보전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법무부장관이 검찰 기소를 ‘억지 춘향’이라고 하니,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