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며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임을 다해줄 것.”

지난 3일 김오수 전 법무차관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제청되자 청와대는 이러한 소감을 밝혔다. 여당도 “검찰개혁 적임자” “검찰개혁 완수될 것” 등 평을 냈다.

법조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검찰개혁 ‘싱크탱크’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2018년부터 작년 4월까지 법무차관으로 있으며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을 차례로 보좌했다.

그가 검찰개혁 전면에 나선 적도 있다. 2019년 10월 조국 전 장관이 각종 비위 의혹으로 사퇴하며 법무장관 직무대행을 맡으면서다.

◇후배 박범계에 주요 사건 수사 보고할까

김 후보자는 2019년 11월 법무장관 직무대행 시절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 ‘검찰청 사무기구에 대한 규정’ 개정안을 보고했다. 개정안에는 검찰총장이 주요 사건에 대해 수사 단계별로 법무장관에게 보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검찰은 ‘조국 일가 비위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앞으로 법무장관에게 이러한 사건 수사 상황을 단계별로 보고하라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 “권력 수사를 다시는 못 하게 될 것”이라며 검란(檢亂)에 가까운 반발이 쏟아졌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가 한발 물러섰고, 결국 김 후보자가 추진했던 ‘수사 보고’는 무산됐다.

법조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검찰 사무규정 개정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럴 경우 사법연수원 20기인 김 후보자는 자신보다 3기수 후배인 박 장관에게 검찰의 주요 사건 수사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2019년 11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당시 검찰 사무규정 개정은 ‘을사2적’ 사건 등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통제하지 못해 내놓은 것”이라며 “김 후보자가 ‘정권 방패막이’을 자처하면 굳이 사무규정 개정까지 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자,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윤 총장을 제외한 ‘조국 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해 검찰 내부에서 ‘을사2적’으로 불렸다.

◇'김오수표 검찰개혁' 효과, 수사 성적 반토막

김 후보자는 2019년 법무장관 직무대행 시절 문 대통령을 만나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 41곳을 없애겠다는 내용의 검찰개혁 방안도 함께 보고했다.

이 역시 검찰 반발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듬해 추미애 법무장관이 취임하며 현실화했다. 추 전 장관은 작년 1월 권력형 부패범죄를 수사하는 검찰 특수부와 금융범죄를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등 직접 수사 부서 13개를 폐지했다.

법무부가 최근 작성한 성과관리 시행계획에는 그 성적표가 적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검찰의 ‘5대 중대 부패범죄’(뇌물·알선수뢰·알선수재·횡령·배임) 수사 성과는 2018년 937명 기소, 233명 구속에서 2019년 709명 기소, 179명 구속으로 감소했다. 2020년에는 421명 기소, 74명 구속으로 크게 떨어졌다.

금융 범죄 수사 성적도 초라했다. 검찰의 기업사냥꾼, 시세조종범, 횡령·배임범 등 ‘금융관련 비리 사범’ 단속·구속 건수는 2019년 434명 단속, 58명 구속에서 2019년 194명 단속, 45명으로 줄었다. 합수단이 해체된 작년엔 162명 단속, 26명으로 감소했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2019년 김오수 법무차관이 합수단 해체를 추진할 때 검찰 고위 간부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인천지검 특수부장, 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역임한 특수통”이라며 “누구보다 검찰 직접 수사 중요성을 아는 분이 단점만 부각해 ‘검찰 해체’에 앞장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