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차를 주차해 다른 차량의 출차를 5시간 넘게 방해한 입주민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표면적으로는 출차 방해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주차 갈등에서 시작된 허위 음주 운전 신고 사건이라는 게 판결 취지다.

A씨는 지난 2019년 5월 10일 새벽 1시 5분부터 5시간 30분 가량 자신의 벤츠 차량을 건물 지하주차장 출입구 인근에 주차한 뒤 비켜주지 않아 사설경호 차량의 출차를 방해했다는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지하주차장 사용문제로 분쟁을 겪고 있었다. 세대당 4면의 주차장이 있는데 다른 거주민 B씨가 사설 경호업체를 고용하면서 경호업체 소속 경호원들이 4~5대 차량을 주차장에 세워둔 것이 문제가 됐다.

사건이 발생한 2019년 5월 9일 A씨는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을 이용해 밤 11시42분 쯤 귀가했다. 주차 구역이 부족해 B씨가 고용한 경호원 C씨의 차량 앞에 이중주차를 하고 “차 뺄 때 연락하라”고 말한 뒤 주차장을 떠났다.

1시간쯤 뒤 A씨는 차를 빼달라는 C씨의 연락을 받고 내려가 차량을 후진시켰다. 그러나 C씨는 차를 움직이는 대신 곧바로 A씨를 음주 운전으로 신고했다. 사정을 알리 없는 경찰이 출동해 A씨에게 음주 측정에 응해달라고 요청했으나, A씨는 10일 오전 6시 40분쯤까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 사이 A씨 차량은 주차장 출입구 부근에 주차된 채 방치됐다. C씨는 A씨 차량으로 인해 자신의 경호 업무가 방해 받았다고 주장했고, A씨는 결국 기소됐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광호 부장판사는 업무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C씨는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허위 신고를 한 다음 차량을 빼달라고 A씨에게 연락해 음주운전을 유발했다”며 “일련의 악의적·조작적 행위가 정상적인 시설경비업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임 부장판사는 “A씨가 미필적으로나마 다른 입주민 차량의 출입을 방해하려는 의사를 갖고 이러한 행동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