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전 변협 회장

김진욱 공수처장의 5급 비서관 ‘특혜 채용’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다. 파문이 확산하자 김 처장은 15일 ‘대한변협 추천을 받아 채용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자 대한변협 측은 “추천한 기록이 없다. 공수처가 거짓 해명을 했거나, 이찬희 전 변협 회장 때 이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추천했을 수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수처장 요청으로 김모 비서관을 추천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 처장은 이 전 회장 추천으로 공수처장 자리에 올랐다. 둘 사이에 비서관 추천을 놓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처장은 지난 1월 김 변호사를 자신을 수행하는 비서관(별정직 5급 상당)으로 특별 채용했다. 그에 앞서 김 처장은 당시 이찬희 변협 회장에게 30~40대 변호사를 수행 비서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여성일 경우, 좀 더 연령이 낮아도 된다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 전 회장은 변협 차원의 공식적인 추천 절차 없이 변협 실무진에게 추천할 만한 사람을 추려보라고 지시했고, 실무진은 수사 경험과 경력 등을 고려해 4~5명을 추천했다고 한다. 이 안에는 경찰대 출신 변호사도 있고,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도 있었다고 한다. 이 명단에는 김 비서관이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 측이 김 비서관 추천 기록이 없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언론에 “김 변호사가 김 처장이 요구한 조건에 딱 맞아서 추천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김 비서관은 로스쿨을 나와 작년 4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했고, 통상 6개월 실무 수습 기간을 감안하면 실제 변호사 경력은 3~4개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만을 놓고 보면 김 비서관이 변협 실무진이 추천한 후보보다 더 낫다고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 전 회장이 김 비서관과의 인연 때문에 그를 추천했고, 김 처장이 보은(報恩) 차원에서 그를 비서관으로 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 김 비서관 부친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에 울산 울주군수 공천을 신청했고, 민주당 대표 출신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는 한양대 법대 동문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졌다. 또 김 비서관 부친은 이 전 변협 회장과는 같은 시기에 지방 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인연도 있다고 한다.

한 원로 법조인은 “최고위 공직자 비리 등 민감한 기밀을 다루는 공수처장의 비서관을 채용하는 데에는 신중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자기를 추천해 준 사람 말 몇 마디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비서관은 지난달 7일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면담 조사를 위해 김 처장 관용차로 이 지검장을 몰래 출입시킬 때 그 차를 운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김 처장은 이날 출근길에 ‘특혜 채용’ 논란에 대해 “다른 국가 기관에선 친·인척이나 학교 선후배를 비서로 뽑는 사례가 많은데, 이런 식의 연고 채용을 하지 않기 위해 대한변협 추천을 받아 김 비서관을 채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혜로 살아온 인생은 모든 게 특혜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 특혜 채용 문제는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돼 본격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