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2개월 정직처분 취소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행정법원이 정직 결정을 했던 법무부에 이달 말까지 징계 증거 등을 제출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법무부가 해당 소송에 대해 답변서나 증거 등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위법 논란 속에 징계를 강행했던 법무부가 정작 징계의 정당성을 다투는 소송에는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12부(재판장 정용석)는 지난 8일 법무부에 ‘석명(釋明) 준비명령’을 보내 이달 29일까지 윤 전 총장 징계에 대한 입장과 증거를 제출하라고 했다. 명령서에는 ‘따르지 않을 경우, 주장이나 증거신청이 각하될 수 있다’는 문구도 기재돼 있었다. 각하(却下)는 본 재판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윤 전 총장은 작년 12월 17일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은 윤 전 총장의 ‘징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그를 업무 복귀시켰고, 이에 법무부는 본안 소송에서 치열하게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은 법원 결정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넉 달간 법무부는 아무런 답변서나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 ‘석명준비명령’은 이에 대한 재판부의 ‘경고’로 법조인들은 해석했다. ‘징계 집행정지’를 놓고 다툴 땐 부장판사 출신 이옥형 변호사 등을 선임했던 법무부는 본 소송의 경우 아직 대리인도 정하지 않고 있다.

‘석명준비명령’에 대해 법무부는 “통상적 문구로 재판 진행의 한 과정”이라고 했다. 행정법원 측은 “‘각하될 수 있다'는 것은 제출을 촉구하기 위해 석명준비명령 서류에 인쇄된 문구로 ‘경고’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행정소송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국가기관인 법무부가 재판부로부터 그런 명령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패소 가능성 때문에 법무부가 시간 끌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