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6일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놓고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의 ‘기획 사정’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 “사건 보고 과정에서 이 비서관은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당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보고 내용은 김학의 사건과 장자연 사건, 버닝썬 사건에 대한 검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 활동 사항을 대략 기술한 것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당시 청와대 보고자료에 ‘허위·왜곡 의혹’을 받는 ‘윤중천(건설업자) 면담보고서’ 내용이 반영됐을 가능성을 거론한 언론 보도에 대해 “면담보고서 내용은 청와대 보고에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이고 이 비서관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가 ‘수사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8년 12월~2019년 1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윤씨를 면담한 전후로 수차례 이 검사와 통화했던 이 비서관은 현재 피의자 신분이다.

한 법조인은 “청와대 보고자료에 ‘윤중천 면담보고서’ 내용이 들어가 있다면 불똥이 대통령에게로 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3월 당시 박상기 법무, 김부겸 행안부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김학의 사건'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사법 처리를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박범계 법무장관은 이날 ‘기획 사정’ 의혹 관련 보도에 대해 “특정 언론에 특정 사건과 관련한 피의사실 공표라고 볼 만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면서 보도 경위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대검이 보도 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중앙지검이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이 부분에 관해 물어보려고 한다”며 “(대검 등이) 필요한 조치를 했는지를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는 ‘감찰도 염두에 두고 있느냐’란 질문에 “어떤 조치에 예외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청와대 방탄용 감찰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창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법무장관이 피의사실 공표를 이유로 감찰 착수를 시사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이 불기소처분되는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가 고발됐지만 박 장관은 감찰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며 “정권에 불리한 사안에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전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한 채널A 사건에서도 수사 상황이 틀리게 언론에 유출돼 해당 언론의 오보(誤報) 뒤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감찰은 진행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