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공수처장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외부에서 자신의 관용차에 태운 뒤 청사로 들이는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황제 조사’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김 처장은 2일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했지만, 법조계에선 김 처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왔다.

지난달 7일 공수처 인근에서 이 지검장을 태운 김 처장 관용차는 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에 들어가면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는 ‘청사 출입 보안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원지검은 이 지검장이 당시 공수처 사무실을 오가는 청사 내부 CCTV 영상 일체를 보존해달라고 공수처에 공식 요청해 이 부분을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당시 관용차는 운전기사가 아닌 김 처장의 5급(사무관) 비서관이 운전했다. 이 또한 공용 차량 관리 규정(대통령령)에 어긋난다는 말이 나왔다. 해당 관용 차량을 운전한 김모 비서관을 놓고 ‘특혜 채용’ 의혹도 불거졌다. 김 비서관은 작년 4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올 1월 김 처장의 비서관으로 특채됐다. 김 비서관 부친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에 울산 울주군수 공천을 신청했다가 경선에서 탈락한 김모 변호사이기도 하다. 당시 공천권을 행사한 민주당 대표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으로, 김 변호사는 추 전 장관의 한양대 법대 동문이자 사법연수원 14기 동기다. 이런 배경이 김 비서관 특채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김 처장 사퇴론이 확산하고 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김 처장에 대해 “국기 문란 혐의로 수사 중인 피의자를 황제 영접해 공수처의 존재 이유와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며 “즉각 사퇴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는 “법 앞의 평등, 형평성이 가장 중요한 수사 절차에서 다른 피의자들이 ‘나도 이 지검장과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면 안 들어줄 재간이 없다”고도 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공수처장이 수사 대상자이자 고위 검찰 관료인 이 지검장을 비공개로 면담하고 편의를 봐준 것은 적절하다 할 수 없다”며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야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수처에 거는 시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김 처장을 직권남용 및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의 기본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피의자에게 전용 차량을 제공하고 면담 형식으로 만났다면 어떤 비판이 쏟아질지 상상도 어렵다”고 했다.

공수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 비서관 특혜 채용은 사실 무근이며, 공수처 출입 관리는 공수처 자체적으로 이뤄져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