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버스의 휠체어 전용좌석. 버스 앞뒤 방향 길이는 짧고 좌우 폭이 넓다. 휠체어를 탄 A씨는 공간이 좁아 앞을 바라볼 수 없고 버스 뒷문 쪽을 향한 채로 탑승해야했다./대법원

버스 안의 휠체어 전용공간이 다른 좌석과 달리 버스 정면이 아닌 측면만 바라보게 설치된 것은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체장애인 A씨는 2015년 12월 B사가 운행하는 2층 광역버스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탑승했는데 목적지까지 버스 정면이 아니라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뒷문을 바라보며 가야 했다. 버스 뒷문 쪽의 휠체어 공간, 즉 ‘교통약자 전용공간’이 휠체어를 버스 진행 방향으로 돌리기에는 좁았던 것이다.

이후 A씨는 B사를 상대로 “버스에 교통약자법 시행규칙(국토교통부령)이 정한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길이 1.3m, 폭 0.75m)이 없어 탑승 후 방향 전환이 어려웠고 다른 승객들과 달리 정면을 응시하지 못했다”며 위자료 300만원과 정면 방향 전용공간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B사는 시선 방향은 달라도 법정 기준 이상의 공간(0.97X1.45m)을 확보해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일러스트=백형선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일 “버스의 진행 방향과 직각 방향으로 탑승하면 급정거 때 사고 위험이 크고 탑승하는 동안 다른 승객들에게 표정이 노출돼 모멸감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며 “버스 회사는 길이 1.3m, 폭 0.75m 이상의 전용공간을 ‘버스 진행 방향(정면)’으로 만들 의무가 있다”고 했다.

앞서 1심은 2층 버스는 일반 저상버스와 달리 시행규칙에 전용공간 확보 의무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2층 버스도 전용공간 확보 의무가 있다며 B사에 휠체어 전용공간을 확보하고 A씨에게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길이'는 버스의 긴 방향과 평행한 면”이라며 “A씨가 탄 버스의 전용공간 길이는 0.97m라 법정 기준(1.3m 이상) 미달”이라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관련 시행규칙에 전용공간 측정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고려, B사의 고의·과실이 없다고 보고 위자료 지급 의무는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