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1일 출금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승인한 혐의 등으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두 사람이 처음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사건에 대해 기소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며 추가 수사 후 재이첩을 요구한 상태에서 검찰이 전격 기소해 공수처와의 충돌이 예상된다.

수원지검은 이날 두 사람을 허위 공문서 작성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법조계에선 “직권남용 기소는 권력이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 출금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의미”라는 말이 나왔다.

이 검사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신분이던 2019년 3월 김 전 차관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하며 출금 요청서에 과거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 번호를 적어 넣고, 이후 출금 승인 요청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의 가짜 내사 번호를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 본부장은 허위 출금 서류에 법적 하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차 본부장에겐 김 전 차관의 출국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승객 정보 사전 분석 시스템을 불법 이용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위반)도 적용됐다.

수원지검은 향후 ‘윗선’ 수사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불법 출금 수사를 가로막은 혐의(직권 남용)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선 조사 내용을 보강한 뒤 대검과 협의해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출금 당일 이규원 검사와 긴밀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 본부장으로부터 김 전 차관 출금을 보고받은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 김오수 차관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검사 범죄 의무 이첩’ 조항에 따라 수원지검으로부터 이 사건을 이첩받았던 공수처는 지난달 12일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며 “기소 권한은 공수처에 남아 있으니 수사 종료 후 다시 보내라”고 했다. 그러나 수원지검과 대검은 법적으로 공수처 요구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이날 이규원 검사 등을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이 검사가 2019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활동 당시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면서 건설업자 윤중천씨 면담보고서를 조작한 정황, 윤씨 면담 때마다 이 검사가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여러차례 통화한 사실을 파악했다.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김학의 의혹’의 불을 지폈다는 이른바 ‘기획 사정(司正)’ 의혹이다.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검이 공수처에 이첩한 이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한다면 이 검사는 공수처 수사와 중앙지법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