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전 법무차관 ‘별장 성(性) 접대 의혹’ 재조사 내용이 왜곡됐고, 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이 조사했던 다른 ‘과거사 사건들’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김학의 사건’ 재조사 때 사건 관련자가 하지도 않은 허위 진술이 기록에 적히고 이것이 특정 언론을 통해 유출돼 여론을 자극하는 ‘기획 사정(司正)’ 정황이 다른 사건에서도 발견이 됐고, 배후에 청와대 인사가 있다는 단서가 나왔다는 뜻이다. 검찰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 이에 연루된 청와대 인사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2021.3.15 연합뉴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최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김학의 사건’ 재조사를 맡은 이규원 검사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김 전 차관에게 접대를 한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6차례 만난 뒤 작성한 면담 보고서 초안(草案)과 중간 수정안, 최종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수사팀은 이른바 ‘윤중천 면담 보고서’의 초안과 최종안의 내용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윤씨 면담 때 함께 있었던 검사, 수사관들의 보고서에는 없던 ‘윤중천 진술’이 이규원 검사가 만든 최종 보고서에는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윤씨도 자신이 전(前) 정권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적힌 면담 보고서 내용을 보고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검찰은 면담 보고서 초안과 최종안 내용이 확연히 다른 이유가 이 검사가 보고서 작성 당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이 검사가 면담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넣고 일부 친정권 언론에 흘리는 과정 전반에 청와대가 관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18년 2월 출범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2019년 6월까지 김학의 사건뿐만 아니라 ‘검찰의 MBC PD 수첩 광우병 보도 부당 수사’ ‘장자연 사건’ ‘KBS 정연주 전 사장 배임 기소 사건’ 등 총 17건의 사건을 재조사했다.

수사팀은 그중 ‘장자연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도 비슷한 불법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 중으로 알려졌다. 고(故) 장자연씨의 생전 동료였다고 주장한 윤지오씨는 조사단이 이 사건 재조사를 진행하던 2019년 초 각종 친여 매체 인터뷰를 통해 “‘장자연 리스트'를 직접 봤다” “장씨가 약물에 취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씨는 같은 해 4월 거짓 증언과 기부금 전용 의혹이 불거지고 자신에 대한 고소·고발이 시작되자 같은 달 돌연 캐나다로 출국했고, 1년 넘게 도피 중이다.

수사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이 과거사 진상조사단 신설 단계부터 깊숙이 개입한 단서를 확보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은 2017년 7월 20일 각 부처에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 구성 현황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 공문은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백원우 전 비서관과 그 밑의 행정관이었던 이광철 비서관이 작성하고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두 사람이 이후에도 ‘과거사 재조사’ 과정에 지속적으로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는 여론 수렴·동향 파악 및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으로 제한된 민정비서관실 업무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과거사 재조사라는 게 애당초 전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기획 사정 용도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수사팀은 조만간 백 전 비서관 및 이 비서관 등 당시 민정비서관실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