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이규원 검사가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性) 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면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있던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당시 현 정권 실세 연루설이 파다했던 이른바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청와대 차원에서 김학의 사건을 부각하고 특정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시스

◇”허위 면담 보고서 만들 때 靑 인사와 통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지난달 말 서울서부지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대검 조사단에서 김학의 사건을 전담했던 이규원 검사(현 공정위 파견)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행정관) 간 통화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통화한 시점이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에게 향응을 제공한 인물로 지목된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6차례 면담했을 시간대와 상당 부분 겹친다고 한다. 일부 통화는 윤씨 면담 시작 직전, 면담 직후에 이뤄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선 “청와대가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정황”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중천씨에게서 접대를 받았다는 2019년 한겨레신문의 오보 사건을 수사하면서 두 사람의 통화 내역을 확보했었다.

전(前) 정부 검찰 고위층의 윤중천씨 비호 등 의혹을 담은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 보고서는 상당 부분 허위로 드러나고 있다. JTBC는 2019년 3월 ‘건설업자 윤씨가 대검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윤갑근 전 고검장과 골프를 치는 등 친분이 있다고 인정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내용은 2018년 12월 이 검사가 작성한 윤중천 면담 보고서에 나와 있었다. 그러나 윤 전 고검장은 “윤중천과 일면식도 없다”며 JTBC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윤중천씨는 “윤 전 고검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재판에서 JTBC 보도와 ‘윤중천 면담 보고서’가 허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 검사는 ‘윤석열 전 총장 접대’ 오보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팀은 이 오보가 나온 시점 전후에도 이광철 비서관과 연락한 통신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이 검사가 면담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넣고 이를 일부 친여 매체에 흘리는 과정 전반에 청와대가 개입해 ‘기획 수사’를 시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검사와 이 비서관은 사법연수원 동기(36기)이며, 과거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했다.

◇”버닝썬 덮으려 靑이 허위 공작했나”

수사팀은 지난달 24~25일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하며 ‘버닝썬’ 사건 당시 가수 승리 등에게서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규근 총경과 관련된 기록도 확보했다.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가 사실상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한 ‘청와대발(發) 공작 수사’ 아니냐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한다. 당시 이 사건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한 윤 총경 등 현 정권 인사 연루설이 제기됐었다.

수사팀은 2019년 3월 14일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별장 동영상 속 남성은 김학의가 맞는다”고 발언한 배경엔 청와대의 ‘기획’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 전 청장의 발언 직후 텔레그램 대화에서 윤 총경이 “(민 청장이) 이 정도면 발언을 잘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이광철 비서관은 “더 세게 해야 했다”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는 구도를 진작에 만들었어야 했는데”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부터 나흘 뒤인 3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차관 사건 등을 지목하며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