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수술 중 태어난 신생아를 고의로 숨지게 한 의사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살인·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낙태 중 울음 터뜨린 아기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지난 2019년 3월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방식으로 34주차 임신부에게 불법 낙태 수술을 시행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산 채로 태어나 울음을 터뜨리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아이의 사체를 손괴하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로 작성해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는 성립안해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임신 초기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한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올 연말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했었다. 이후 ‘태아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상호 충돌하는 가치를 놓고 여성 단체와 종교계 등에서 찬반(贊反) 논란이 거세졌다.

A씨 변호인은 헌재 결정을 근거로 “낙태죄가 위헌 결정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헌재에서 정한 입법 시한이 도래하지 않았고 해당 조항이 개정되지 않아 피고인의 낙태행위에 관해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낙태죄가 위헌임을 헌재가 인정한 것은 맞지만, 법적 공백 때문에 법률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해당 조항의 효력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어 “태아가 살아서 나올 것임을 예견했음에도 낙태를 감행했다”며 “실제 수술 중 태아가 산 채로 태어났음에도, 진료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물이 담긴 양동이에 넣어 사망케 한 범행은 비난 정도가 크다”며 징역 3년6개월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위헌으로 결정된 법규를 선고 시점부터 개선 입법 시까지 적용하라고 명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낙태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수사과정에서부터 낙태수술에 참여했던 병원 직원 등을 접촉해 출산 당시 아이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허위진술을 하도록 종용했다”며 살인죄 등에 대해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헌법불합치 결정은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라며 “위헌 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므로 법원은 해당 조항이 적용돼 공소가 제기된 피고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낙태죄를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