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7일 발표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선 검사장급 4자리에 대한 이동만 있었을 뿐, 추미애 전 장관이 기존에 짜놓았던 ‘친정부 성향 검사’ 중심 라인업이 그대로 유지됐다. 각종 사건 처리에서 내부 반발이 끊이지 않았거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무리하게 밀어붙여 결과적으로 청와대에 부담을 줬던 검찰·법무부 간부들에 대해 일부 ‘문책성’ 인사가 예상됐지만 빗나갔다. 또한 대검에 포진해 있으면서 윤 총장 징계에 관여했던 대검 간부들도 그대로 유임됐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그들을 대체할 만한 ‘코드 검사’를 청와대가 찾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남부지검장,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조선일보 DB

◇정권 수사 뭉갠 의혹, 이성윤 또 연임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보직 가운데 3개를 차례로 맡았다. 대검 반부패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2020년 1월 추미애 장관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다.

이 지검장은 이번에도 유임되면서 작년 8월 인사에 이어 두 번째 연임을 하게 됐다. 본인 역시 중앙지검장에 남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초 검찰 안팎에선 “휘하 검사들에 대한 권위와 통제력이 상실됐다는 평가를 받은 이 지검장을 그대로 두는 것에 청와대도 부담을 느낄 것”이란 말과 함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다.

2월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요직에 배치된 친정권 간부

작년 말 윤석열 총장 징계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이 전국 규모의 검란(檢亂)으로 번지면서 서울중앙지검의 차장·부장 전원이 이 지검장에게 ‘용퇴’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채널A 사건과 관련한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처리,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기소, 나경원 전 의원 관련 의혹 수사 등 현안을 놓고 이 지검장 지휘에 수사팀이 반발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한 법조인은 “청와대가 이 지검장을 유임시킨 것은 결국 권력형 비리 수사를 뭉개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성윤·심재철, 수사 대상이 與 수사 지휘”

이성윤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부장 시절인 2019년 안양지청의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를 무산시켰다는 의혹으로 수원지검의 수사 선상에도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번 인사에선 고려되지 않은 셈이다.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도 작년 말 윤석열 총장 감찰·수사를 위해 대검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서울고검의 수사 대상이 돼 있다. 심 국장은 작년 말 윤 총장 징계 사유에 해당했던 ‘판사 문건’을 본인이 제보하고 증인으로 나선 데 이어 징계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1인 5역’을 맡아 징계를 주도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심 국장의 ‘판사 문건’이 징계의 출발점이었고, 징계 처분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법무부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서 심 국장 등에 대한 청와대 불만이 강했던 걸로 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심 국장은 전국 지검 가운데 중요도나 위상에서 2번째로 꼽히는 남부지검장에 임명됐다. 이전까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다음은 서울동부지검이 꼽혔다. 검찰 관계자는 “남부지검이 관할하는 국회와 여의도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동부지검을 제친 지 오래됐다”고 했다. 현재 남부지검에는 여권 인사들 연루 의혹이 제기된 ‘라임 펀드 사건’, KBS의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녹취록 오보’ 같은 사건들이 있다.

◇박범계 고교 후배 이정수도 윤 징계 관여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박범계 장관이 중퇴했던 고등학교(남강고) 후배이기도 하다. 그 역시 작년 12월 윤 총장 징계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당시 법무부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자 심재철 지검장, 김관정 동부지검장 등과 함께 윤 총장 징계 사유에 찬성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이 지검장이 진술서 제출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 징계위를 이틀 앞둔 작년 12월 8일라임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술 접대 의혹을 받았던 검사를 기소했다. 당시 라임 사건의 주범 김봉현씨는 윤 총장이 야당 인사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당시 수사팀에선 “지금 기소하면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제기됐지만 이 지검장이 밀어붙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