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분식회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성용 전 KAI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분식회계를 비롯한 10여건의 각종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성용(70)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가 1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벗으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는 8일 하 전 대표의 혐의 중 일부 업무상 횡령과 업무방해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 전 대표는 2013~2017년 KAI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분식회계를 비롯해 협력업체 지분 차명보유·채용비리·횡령 등 각종 경영비리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경영 성과 포장을 위해 사업 진행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부풀리는 등 총 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했다는 핵심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일부는 회계처리가 관련 기준을 위반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나머지는 회계기준에 반하더라도 피고인이 분식회계에 공모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라고 했다.

실제보다 낮은 환율로 회삿돈을 환전한 것처럼 회계처리하고 그 차액인 10억여원을 빼돌려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업무상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공무원 자녀를 KAI에 취업시킨 혐의(뇌물공여) 등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죄가 인정된 혐의는 2013~2017년 회삿돈으로 산 상품권 1억8000만원어치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와 2013~2016년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탈락한 14명을 부당하게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 등이다.

재판부는 유죄가 인정된 혐의에 대해 “공채 과정에서 내외부 인사의 청탁에 따라 일부 지원자의 채용 여부가 변경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용인했고, 법인 자금으로 산 상당한 양의 상품권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범죄 전력이 없고 부당채용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등 개인적 이익을 취한 바 없는 점, 이미 이 사건으로 1년여 동안 구금 생활을 한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했다.

하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9월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구속돼 같은 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년 뒤인 2018년 9월 법원이 보석을 허가해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