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왼쪽) 지검장과 한동훈 검사장.

‘채널A 사건’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재를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한 검사장의 아이폰11을 포렌식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무혐의를 유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결재를 미루는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지검장은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재를 요청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 수사팀에 “향후 포렌식 기술이 발달할 테니 그때까지 기다린 후 무혐의 여부를 결정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수사팀은 이 지검장을 두 차례 찾아가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 지검장이 무시하자, 수사팀 자의적으로 한 검사장 무혐의 전자결재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차 결재자인 최성필 중앙지검 2차장이 보고서를 돌려보냈고, 수사팀은 결재를 다시 올리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특히 수사팀은 최근 이 사건으로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기자의 상관인 배모 당시 법조팀장과 홍모 사회부장에 대해 무혐의 처리해 한 검사장에 대한 처분만 남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중앙지검은 작년 4월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이후 지금껏 10개월이나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8월 수사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공소장에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범임을 입증할 다른 증거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수사팀의 일치된 의견이다.

지난해 12월 초 사의를 표명한 김욱준 중앙지검 1차장 대신 사건 지휘를 맡은 최 2차장도 “수사팀 결론이 옳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 지검장은 이 역시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포렌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재하지 않은 사건이 또 있겠느냐”며 “포렌식이 사건 처분의 절대 명제도 아닌데 이를 이유로 사건 처분을 미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 지검장 의견은 앞으로 휴대전화 포렌식을 못하면 사건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얘기”라며 “다른 증거 등으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의도적으로 처리를 미루는 것 같다”고 했다.

검언유착이라 불린 이 사건은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공모해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려고 했다는 것이 뼈대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검찰 수사와 공판을 통해 “지씨는 저의 대리인이 아니고, 지씨가 이 전 기자와 벌어지는 상황을 저에게 편지로 보냈다는 진술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검찰에서 유시민 관련 질문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채널A기자-제보자X 지현진씨-이철 전 VIK 대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끊어진 셈이다.

되려 여권과 MBC가 유착한 권언유착 사건으로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수사와 심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법원은 제보자X 지씨가 5차례나 증언을 거부하는 등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며 증인 채택을 철회하고, 직권으로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지씨는 현재까지 유튜브 방송을 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MBC기자와 술을 마시는 사진 등 근황을 올리는 상황이다. 이에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1일 지씨의 증인신문 없이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인정한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과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반한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