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해 본지가 21일 입수한 추가 공익신고서에는 2019년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법무부 검찰국이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에 개입해 결국 틀어막은 상황이 담겨 있었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 대상인 기관이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원지방검찰청 관계자들이 21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뉴시스

안양지청은 2019년 4월 법무부의 수사 의뢰로 ‘김 전 차관에 출금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엉뚱한 내용들이 튀어나왔다. 그해 5~6월 법무부 출입국 공무원이 김 전 차관 출입국 정보를 177회 무단조회했고, 2019년 3월 23일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긴급출금 요청 및 승인 서류에 ‘가짜’ 사건·내사번호를 적는 등 ‘위조 공문서’나 다름없다는 정황이었다.

수사팀은 2019년 6월부터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을 잇달아 소환 조사했다. ‘불법 출금’의 결정적 물증이었던 ‘김학의 前 차관 긴급출국금지 보고’라는 법무부 내부 문건에 대해 6급 직원 A씨는 “K 서기관이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검사는 A씨가 있는 앞에서 스피커폰으로 K 서기관과 통화하며 전화 조사를 시도했다. 당시 K 서기관은 진술을 거부하면서 도리어 검사에게 “출금 과정에서 출입국 공무원이 잘못한 것이 뭐냐. 검찰 부탁받고 (출금) 해준 것인데 이것을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 그것을 알고 있느냐”라고 했다고 한다. 전화 조사는 거기까지였다고 한다.

K서기관 통화 내용을 담은 안양지청 보고서. 안양지청은 "K서기관과 통화한 이유를 보고하라"는 대검 반부패부 지시로 당시 상황을 담아 보고했다.

이후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반부패 등에서 K 서기관을 전화 조사한 이유를 보고하게 하는 등 수사에 개입했고 추가 수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연락이 왔다고 공익제보자는 전했다. 실제 추가 소환조사 등 후속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2019년 7월초 대검 반부패부는 수사팀에 ‘불법출금 혐의가 없다’는 취지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내려 보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수사팀은 당시 ‘수원고검이 관할지검 검사장에게 이규원 검사 입건 지휘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까지 작성했지만 포기하고 대검 요구를 따랐다.

대검에 제출된 수사보고서에는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절차가 진행되었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되어 더 이상의 (수사)진행계획 없음’이라고 적혔다. 그러나 본지 취재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이 출금된 2019년 3월 23일 아침 이성윤 검사장은 동부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동부지검장이 출금서류 제출을 사후 승인할 걸로 해달라’고 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법조인들은 “사실이라면 대검 반부패부가 불법출금 수사를 완전히 말아 먹은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성윤 검사장은 본지 취재에 응하지 않았지만 당시 대검 반부패부 관계자는 “안양지청에서 이규원 검사를 수사한다는 사실을 보고받지도 않았고, 수사 중단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