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장이 작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채널A 사건’과 관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성필 중앙지검 2차장으로부터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수사팀 결론이 옳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지만, 또 다시 결정을 미룬것으로 8일 알려졌다. 앞서 작년 말 채널A 사건 수사팀인 형사1부는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결론 내리고 이를 정리해 A4용지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었지만, 이 지검장은 결재를 미루고 최 2차장에게 관련 보고서 검토를 지시했었다. 그런데 최 차장 또한 ‘한 검사장 혐의 구성은 어렵다’고 재차 보고했는데, 이 지검장이 이를 다시 뭉갰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작년 10월 서울중앙지검 국감을 앞두고도 ‘한 검사장은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수사팀 보고를 받았었다. 그러나 담당 부장에게 “실망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도대체 몇 개월 간 판단을 미루는 것이냐”며 “(이 지검장의 침묵은) 수사팀이 재판에 져도 일단 한 검사장을 기소하라는 것인데, 이렇게 무책임한 검사장은 처음 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수사팀 검사들 일부가 이 지검장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엔 화 내면서 보고 뭉갠 이성윤 “그러고도 검사인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 2차장은 중앙지검 변필건 형사1부장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작성한 A4 용지 100여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와 사건 기록을 검토한 뒤 이 지검장에게 “수사팀 결론이 옳으니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변 부장은 최근 채널A 관련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이번 사건에 공모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혐의도 확정하기 힘들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었다. 이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견(異見)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한동훈 기소는 어렵다’는 취지의 최 차장 보고에 화를 내면서 결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초 수사팀 부장의 결론까지 무시하면서 최 차장에게 사건 검토를 다시 맡긴건 ‘뭐라도 한동훈을 엮을 만한 걸 찾아오라’는 의도였을 것”이라며 “최 차장까지 ‘범죄 혐의 구성이 어렵다’며 생각과 다른 보고를 하자 화를 불쑥 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앞서 그는 작년 10월 서울중앙지검 국감을 앞두고도 ‘한 검사장은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수사팀 보고를 받았지만, 담당 부장에게 “실망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인사는 “이 지검장이 무리한 수사를 밀어붙였다가 실패한 데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뭉개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 지검장이 오는 2월로 예상되는 검찰 고위급 인사를 앞두고 어떻게든 한 검사장 무혐의 결정을 미뤄보겠다는 것”이라며 “그러고도 검사라고 할 수 있겠느냐”란 말이 나온다.

한동훈 검사장.

◇수사팀 ‘이의제기권’ 행사 가능성도

이 사건은 지난 3월 MBC가 ‘검언 유착’이라고 보도한 이후 시작돼 수사 기간이 9개월이 넘었다. 검찰이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결론 내며 사실상 ‘검언 유착’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인정한 것이지만, 지검장 혼자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및 피소 사실 의혹을 수사했던 검경은 5개월간 수사한 뒤 무혐의 결론을 내렸었다.

이에 수사팀 검사들 일부가 이 지검장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청법 제7조 2항은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해 검사의 이의제기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지검장이 결정을 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사건 지연을 하는 데 대해 빨리 결정을 내려달라는 취지로 요구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