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서원씨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박영수 특검팀이 징역 9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7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이 구형됐다. 지난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이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한지 3년 10개월 만에 이 재판은 선고만을 남겨두게 됐다.

특검은 이날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과 삼성이 아닌 곳으로 나뉜다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그룹”이라며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부정부패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삼성의 위치”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그러면서 “국정농단 범행 과정에서 영향력이나 힘이 약한 다른 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쉽게 범죄를 저질렀으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특검은 파기환송 전 1·2심에서 모두 징역 12년을 구형했었다. 특검은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에 무죄가 확정된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애초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6년 11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를 기소하면서 “삼성은 최씨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강요당한 ‘피해자’”라고 했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특검이 수사를 시작하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성사를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을 준 ‘피의자’가 됐다. 이 같은 논리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특검은 2017년 2월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새로운 전제를 내세워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삼성의 경영권을 원활히 승계받도록 도와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했고, 이를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1심은 징역 5년, 2심은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뇌물 액수를 2심(36억원)보다 많은 86억원으로 판단해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에선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말 3마리 구입비(34억원)와 최씨가 실소유 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금(16억원)까지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돈을 횡령해 뇌물을 건넨 것으로 돼 있어 뇌물액이 곧 횡령액이다. 관련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판사가 재량으로 형(刑)을 깎아주지 않는 한 집행유예 선고가 안 된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삼성에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주문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삼성은 지난 1월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어 4세 경영 포기, 무노조 경영 중단 등을 선언했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이를 양형 조건으로 고려할지 여부와 어느 정도로 고려할지 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