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굳은 표정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21. / 고운호 기자

법원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를 집행 중지시키고 직무 복귀를 결정하면서 추미애 법무장관은 윤 총장 징계를 밀어붙인 싸움에서 3전 3패 했다. 지난 1일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윤 총장 직무 정지는 부당하다고 의결했고,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은 추미애 장관의 윤 총장 직무 정지 명령의 효력을 중지시키며 총장직 복귀를 결정했다. 이날 행정법원이 또 법무부의 윤 총장 징계 처분을 정지시키면서 완패한 것이다.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사실상 1년 내내 몰두했던 ‘윤석열 찍어내기’에 실패한 것이다.

이는 추 장관이 절차와 법률을 무시하고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목표만을 위해 마구잡이로 밀어붙인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그 결과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에까지 타격을 입게 함으로써 사실상 대통령과 여권에 ‘역적’ 노릇을 한 셈이 됐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추 장관은 윤 총장을 징계위에 회부한다는 사실을 청와대에 1시간 전에서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불장군식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겉으로는 추 장관을 적극 지원하며 응원했으나 속사정은 복잡했다고 전해진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 정지 조치가 전국의 모든 검찰청 평검사들이 성명서를 발표할 정도로 사상 유례없는 초대형 ‘검란(檢亂)’을 불러왔을 뿐 아니라, 감찰위와 법원도 윤 총장 손을 들어주면서 윤 총장의 정치적 위상만 키워주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 추 장관에게 먼저 물러날 것을 설득하기도 했으나 추 장관이 강력하게 반발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추 장관은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한 지난 16일 사의를 표명했다. 윤 총장 징계를 마무리하고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법원의 윤 총장 직무 복귀 결정으로 그 모양새마저도 엉망이 됐다.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부담을 덜기 위해 ‘추미애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