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 문 대통령 뒤쪽은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첫날이었던 17일 오후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징계위원회가 의결한 정직 2개월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당일 재가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소송 피고는 소속 기관장(법무부 장관)이지만,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 최종 승인권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에 따라, 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초유의 소송전이 현실화됐다.

윤 총장 변호인 측도 이날 오후 “문 대통령 처분에 대한 소송이니까 대통령에 대한 소송이 맞다”면서도 “여권에서 말하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우리 기본 입장은 헌법과 법치주의 훼손에 대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의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17일 오후 9시 20분쯤 서울행정법원에 전자소송 방법으로 징계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크게 △징계심의 절차의 위법성 △징계사유의 부당성 △가처분 관련(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및 긴급성)을 주요 사유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징계위 구성 위법, 방어권 침해”

윤 총장 측은 소송 제기 첫 번째 이유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심의 절차의 위법성을 강조했다. 윤 총장 측은 앞서 두 차례 징계 심의 때도 위원회 구성의 위법 등 절차 하자를 주장했었다.

윤 총장 측은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가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몫으로 위원 위촉된 것은 절차상 하자라고 밝혔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외부위원은 3명은 각각 변호사, 법학교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1명씩 지정하게 돼 있는데, 정 교수의 전임자는 사범대 교수였다. 법학교수 위원으로는 안진 전남대 교수가 징계위에 출석했고, 위원인 판사 출신 A 변호사는 불출석했다. 법학교수인 정 교수를 다른 몫으로 선임한 것은 절차상 하자라는 것이다.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추 장관(왼쪽), 윤 총장(오른쪽)의 모습./연합뉴스

그러면서 “징계청구 후 신규 위촉된 위원이 징계심의에 관여하게 하는 것은 공정을 해치고, 예비위원 제도를 둔 취지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난 10일 1차 징계 심의 2~3일 전 새로 위촉됐는데,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지난달 24일) 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새 위원을 선임하면서 입맛에 맞는 위원을 집어넣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 측은 정 교수 대신 기존 예비위원(3명)이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거 없이 독단적인 추측으로 징계”

윤 총장 측은 징계위가 2개월 정직을 의결하면서 발표한 징계 사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가장 논란이 컸던 ‘판사 문건’에 대해서는 “증거 없이 독단적인 추측으로 징계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와 법조계에 일부 공유된 A4 15쪽 분량 징계의결 요지 문서에 따르면 징계위는 판사 문건에 대해 “~이라고 보임. 해석된다” 등 주관적인 판단을 섞어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특히 ‘검찰이 판사 문건으로 재판부를 조롱하거나 모욕하고, ‘전교조 판사’ ‘학생운동 지지 좌익 판사’ 이미지를 만들려 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판사 문건’에는 관련 판결을 사례로 들었을 뿐, ‘전교조 판사’나 ‘학생운동 지지 좌익 판사’와 같은 문구는 없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징계위가 독자적 해석을 통해 몰아간 것, 인민재판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왔다.

채널A 사건 수사·감찰 방해에 대해서도 “감찰방해는 검찰의 지휘감독관계를 오해한 감찰부장의 일방적 주장”, “범죄성립 여부와 관련해 검찰 내 이견이 있어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마련한 제도인 전문수사자문단에 회부한 것으로 정당한 지시”라고 했다.

‘정치적 중립성 위반’ 징계 사유 관련해선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금지행위나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를 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이 지난 10월 국감에서 퇴임 후 계획을 질문받고 “사회에 봉사를 검토해보겠다”고 고위공직자로서 퇴임 후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윤 총장 측은 “여론조사기관이 행하는 조사를 근거로 징계할 수 없다”고도 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몇몇 여론조사에서 대권 후보 2위를 기록한 뒤에도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윤 총장 측은 “여론조사 후보로 올랐던 초반에 몇 차례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언론사에 검찰이 강제해서도 안 되고 강제할 방법도 없다”고 반박했다.

◇“총장 정직은 국가시스템의 문제, 원전 수사팀 공중분해 우려”

윤 총장 측은 정직 2개월이 단순히 기간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검찰총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시스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정직은 헌법상 법치주의 원리와 임기제로 보장하고자 하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 훼손”이라며 “금전 보상이 불가능한 손해”라고 강조했다.

또 “정직 2개월은 사실상 해임에 준하는 유형·무형의 손해를 유발한다”며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월성 원전 수사 등 중요사건 수사에 있어 정직 2개월간 검찰총장의 부재는 수사에 큰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총장의 부재로 1월 인사 때 수사팀이 공중분해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미애 장관이 공수처 출범, 후임 장관 인선 등을 이유로 1월말까지 임기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 경우 추 장관이 1월 정기 인사를 통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대전지검, 추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 재수사를 검토하는 서울고검 수사팀을 흩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