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KAIST) 교내 게시판에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원전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하도록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여 있다. 이 대자보를 붙인 녹색원자력학생연대는 서울대·카이스트를 비롯해 전국 107개 대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서울대·한양대·포항공대·KAIST 등 총 18개 대학의 원자력 전공생으로 이뤄졌다. /신현종 기자

‘월성 원전(原電)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약 일주일 전쯤 산업통상자원부 전·현직 공무원 등에 대해 감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찰청에 보고했다가, 대검 반부패부의 이견(異見)에 따라 반려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기습적인 직무정지가 원전 수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중순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대검 반부패부에 산업부 전·현직 공무원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보고했다. 관련 보고를 받은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은 대전지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반대하면서 “구속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관련 수사기록도 추가로 보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며칠 뒤 대전지검의 영장 청구의견, 대검 반부패부의 보강 수사 필요 의견을 보고받은 윤 총장은 “(반부패부 의견대로) 보강 수사를 거치고, 수사 종결 전 증거인멸 등 혐의가 뚜렷한 대상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보강 수사를 마친 대전지검은 지난 24일 다시 영장 청구를 보고했으나 닷새째 대검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대전지검의 영장 최종 보고가 이뤄진 24일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발표했다.

9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지방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 하나는 '윤석열지키자 밴드 회원 일동'이라고 보낸 사람들이 적혀 있고, 또 하나의 화환에는 '대전지검장님 힘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대전 여성 불자 합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신현종 기자

대검 반부패부는 대전지검이 적용한 ‘감사방해’ 혐의만으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감사방해는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법정형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낮다는 것이다.

또, 산업부와 한수원 등의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등 수사 본류가 우선이고 산업무 공무원들의 파일 삭제 혐의(증거인멸) 수사는 이후에 하는 것이 맞다는 게 반부패부 의견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부장에 임명된 신성식 부장은 직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보좌했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여권 핵심 인사들이 대전지검의 원전 수사를 강하게 비판한 뒤 “대전지검 수사가 사실상 멈췄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검찰은 선을 넘지 마라”고 경고한 뒤 수사가 지연됐고, 대전지검이 원전수사에 속도를 내자 추 장관이 ‘검찰총장 직무정지’라는 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