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중앙지검장과 정진웅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채널A 사건’ 관련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위법했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검찰은 관련 압수물을 이 전 기자 측에 반환했으나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포렌식을 통해 검찰이 가지고 있는 사본도 삭제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검찰이 ‘이 전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낸 재항고 사건을 기각했다.

이 사건에서 논란이 됐던 이 전 기자 대상 검찰의 압수물은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1대였다. 이 전 기자는 지난 3월 31일 채널A 자체 진상조사 과정에서 회사에 이를 제출했는데, 약 두 달 뒤인 지난 5월 1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서울 한 호텔에서 채널A 관계자를 만나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건네받았다.

이 전 기자 측은 “위법한 영장 집행”이라며 압수물을 반환해달라는 준항고를 법원에 냈다. 준항고는 법관의 재판이나 검사·경찰의 처분과 관련해 법원에 취소나 변경을 요구하는 불복 절차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피의자가 영장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는데 수사기관이 제시하지 않고 물건을 압수한 경우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며 압수수색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동재 아닌 채널A 관계자가 검찰에 휴대전화 등 건네

검찰이 이 전 기자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집행하지 않고 제3자인 채널A 관계자로부터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건네받은 것은 위법한 영장 집행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관련 규정과 기존 절차에 비춰 본건 압수수색은 적법하다고 판단된다”며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에 따르면 압수 물품은 이미 이 전 기자에게 반환됐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 물품을 포렌식하면서 사본 자료를 만들어 수사 자료로 활용했고, 이날 대법원 결정에 따라 이 사본 자료들도 즉각 삭제돼야 한다는 게 이 전 기자 변호인의 설명이다. 형사소송법 ‘위법 수집 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 해당 자료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이날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 결정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이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단정 짓고 수사를 밀어붙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다수 주요 증거, 실체적 진실 접근"이라더니···위법 압수수색

지난 7월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현 광주지검 차장검사)은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다수 주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초 이 전 기자를 구속 기소한 수사팀은 3개월이 지나도록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한 변호사는 “추 장관과 여권에서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사이 연락 횟수나 주고받음 메시지 등을 근거로 검언유착이라고 단정 지었는데 사실 그 자료에서도 둘 사이의 공모라고 볼 정황은 없었다”며 “이제 이 자료들도 위법한 압수수색 자료로 법원에서 판단했으니 수사팀이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