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나이는 윤 총장이 한 살 많다./조선DB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9일 전시기획사 대표인 윤석열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가 전시회를 주관하면서 대기업에서 부당한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특히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 영장에 대해 ‘부분 기각’이 아니라 통째 기각한 것으로 알려져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중앙지검은 압수영장 재청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정용환)는 지난 9일 윤 총장의 아내 김씨가 대표인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포함해 복수(複數)의 장소에 대해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압수 수색 대상으로 삼은 곳에는 당시 협찬 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법원은 기각 사유로 '확보해야 할 주요 증거들이 임의 제출 받아도 되는 내용이고, 압수 수색 영장을 집행하면 법익(法益) 침해가 중대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임의 제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현 단계에선 강제 수사(압수 수색)를 개시할 근거가 약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해당 전시회를 주최했던 언론사와 협찬 기업들 모두 근거 자료를 자발적으로 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인은 “법원이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영장 청구라고 본 것”이라고 했다.

또한 ‘영장 집행 시 법익 침해가 중대하다’는 기각 사유도 이례적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안 된 상태에서 압수 수색을 당하는 당사자와 기업들이 입게 될 피해를 법원이 감안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압수 영장 통째 기각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처가’ 의혹 수사를 지시했을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며 “친(親)정부 성향의 이성윤 지검장이 추 장관 지시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징후는 일찌감치 드러났었다”는 말이 나왔다.

‘코바나 의혹’은 지난 9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이 고발한 사건이다. 여기에 옛 특수2부 격인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하는 문제를 놓고도 이 지검장과 정용환 부장 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장은 ‘반부패부가 나설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대했지만 이 지검장이 밀어붙여 이달 초 결국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했다는 것이다.

다만, 코바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놓고선 이성윤 지검장, 정용환 부장 간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반부패2부 7명(정 부장 포함) 가운데 옵티머스 수사 검사 2명을 제외한 5명을 코바나 수사에 투입했다. 그 중 신도욱, 장태형 검사는 몇 달 전까지 채널A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1부에 파견돼 수사의 주축을 담당했다.

검찰 내부에선 이 지검장의 ‘무리수’가 대전지검에서 본격화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검찰 간부는 “정권에 부담되는 수사가 개시되자 여권으로선 윤석열 총장을 공격할 필요성이 생겼고 그 역할을 이 지검장이 수행한 것”이라고 했다. 일부 검사들은 “이성윤 지검장이 폭주하고 있다”고 했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상임대표가 지난 10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국회에서의 증언 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코바나 의혹’은 작년 6월 윤 총장 아내 김건희씨가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이란 전시회를 주관하면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남편을 이용해 LG전자, GS칼텍스, 우리은행 등 기업 16곳에서 부당한 협찬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작년 7월 윤 총장 인사청문회 때 여당 의원들이 “자료를 10번도 더 봤다. 문제가 없다”며 적극 방어했던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