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라임자산운용 사건 핵심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입장문에 등장한 성명불상의 검사 및 변호사를 직권남용과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구명 로비 의혹을 받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편지가 공개되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김 전 회장을 ‘질 나쁜 사기꾼’이라며 발언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던 강 전 수석이 하루 뒤 김 전 회장의 옥중 편지가 공개되자 “김봉현의 사기 사건이 아니라 검찰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지난 8일 법정에서 “강 전 수석에게 주라고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증언을 폭로하자 강 전 수석은 김 전 회장 발언을 신뢰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강 전 수석은 지난 15일 친정부 방송인 김어준씨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김봉현씨의 원래 이름은 김기만이라고 한다. 과거에 무슨 사건에 연루돼서 이름도 바꾸고 얼굴도 바꾸고 이랬다는 거다. 참 복잡한 사람인 것 같다, 제가 알아보니까”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의 성형수술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강 전 수석은 그러면서 “이 사기 범죄인 김봉현씨가 권력 투쟁의 선봉장이 돼 있다. 지금 이상하게 돼 있다"며 “제가 볼 때는 질이 아주 나쁜 사기꾼 느낌이 드는데, 내부 고발자처럼 돼서 야당에게 정권 투쟁 내지는 우리 정부의 어떤 대정부 투쟁의 선봉장처럼, 이런 걸 노리면서 자기의 사기꾼 느낌을 희석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작년 6월 김봉현 전 회장이 본명 김기만 이름으로 정무수석 라인을 타고 있다는 취지로 지인과 나눈 문자 메시지/본지 입수

강 전 수석의 라디오 출연 당일인 지난 15일 본지는 김 전 회장이 작년 6월 지인과 문자 메시지를 나누며 “정무수석 라인을 타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강 전 수석은 이에 대해서도 “로비의 증거? 사기의 증거다!”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김어준씨 라디오에서도 강 전 수석은 “이 문자를 주고받은 게 6월 5일인데 이강세(김봉현씨가 강 전 수석에게 5000만원을 주라고 전달했다는 인물. 광주MBC 전 사장) 씨가 저를 만나러 온 것이 7월 28일”이라며 “이강세씨가 7월 27일 김봉현 씨한테 강 수석 만나러 간다고 했다는데 그 전부터 강기정을, 또는 민정수석을 김봉현씨는 팔고 다니고 사기를 치고 다닌 것 아니냐. 그래서 이것은 로비의 증거가 아니라 김봉현씨의 사기의 증거”라고 했다.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연합뉴스

강 전 수석의 라디오 인터뷰 다음 날인 지난 16일 김 전 회장의 옥중 편지가 공개됐다. 김 전 회장은 편지에서 전관 변호사로부터 ‘강기정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해 보석(조건부 석방)해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썼다. 보석은 판사 권한이고 검찰 소관 사항이 아니다. 그리고 강 전 수석에 대해서는 김 전 회장 스스로 작년 6월 이미 지인과 나눈 문자 메시지에서 “정무수석 라인을 타고 있다"며 스스로 강 전 수석을 먼저 언급한 바도 있었다.

하지만 강 전 수석은 편지가 공개되자마자 ‘질 나쁜 사기꾼’이라던 김 전 회장에 대한 입장을 바꿔 언론에 “이번 사건은 김봉현의 사기 사건이 아니라 검찰 게이트 아닌가 싶다”며 김 전 회장 발언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전 수석은 “이번 사건은 (야당이 주장하는) 권력형 게이트가 아니라 사기 사건을 정치권의 많은 사람과 연동하려 하는 검찰 게이트 아닌가 싶다”며 “검찰개혁을 좌초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강 전 수석은 19일에도 김씨 라디오에 나와 “저는 사실은 김봉현씨의 사기와 조선일보의 장난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뭐, 지금 김봉현씨의 자필 서신 옥중 글에 따르면 이건 검찰들의 장난이다. 검찰 게이트다. 전현직 검사들이 많이 개입되어 있는 걸로 보아서. 저는 검찰 게이트다, 이렇게 생각을 해 보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