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31일 검찰 중간 간부 인사 이후 사표를 낸 김영기(50) 광주지검 형사3부장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로 따로 불러 “그간 고생했다”며 격려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1월 추미애 법무장관이 폐지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의 마지막 단장이다. 합수단은 증권 범죄 전문 수사를 위해 2013년 설치됐던 조직으로 ‘여의도 저승사자‘ 소리를 들었다. 초대 합수단장은 지난달 초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직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 “그분이 검사냐”는 직격탄을 날린 뒤 사표를 낸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이다.

김 부장검사는 2일 본지 인터뷰에서 “합수단은 2013년 설치 후 자본시장 침해 사범 대응에 적잖이 공헌했고 그간 정치적 논란이 된 사건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합수단을 폐지한 이유를 아직도 알지 못한다”며 “결국 ‘검찰 힘 빼기' 차원 아니겠느냐”고 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검찰 대학살 인사’ 당시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줄이겠다”며 합수단을 폐지하고 담당 업무를 형사부와 금융조사부로 분산했다. 그러자 법조계에서는 “이제 자본시장 투기꾼들이 발 뻗고 자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추 장관이 올초 합수단을 폐지하기 전까지 합수단은 여권 인사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던 신라젠과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한창 수사 중이었다. 법무부 산하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역시 합수단을 찍어 폐지를 주장했다.

김 부장검사는 합수단이 꼭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는 “증권 범죄는 통상의 부정 부패 범죄와 달리 검찰 혼자 수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매매 데이터는 한국거래소에 있고 각종 신고서와 공시 자료는 금융위·금감원에 분산배치 돼 있다. 복잡하고 막대한 자금 흐름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이상금전거래정보를 받아 이 유관 기관들의 1차 분석이 끝나고 혐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50여 명 규모의 합수단에는 금융위·금감원·거래소·국세청 등의 전문 인력이 파견 나와 검사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자료 분석과 수사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김 부장검사는 “작년 말 합수단이 단서를 잡아 수사에 착수한 신라젠이나 라임자산운용 비리는 수년 전부터 곪기 시작한 사건”이라며 “금조부나 형사부 등에서 이러한 대규모 비리를 적발해 효과적으로 수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자본시장 범죄는 지능적인 데다가 신종 수법으로 단숨에 치고 빠져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특성이 있다. 그는 “지금도 신라젠, 라임 같은 비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합수단은 존재 그 자체로 자본시장 범죄에 억지력이 있었지만 합수단 폐지로 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됐다”고도 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5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옵티머스 펀드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합수단에 비해 수사 역량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비판이 제기됐다.

김 부장검사는 “국내 자본시장은 선진국과 달리 ‘개미(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고 전세 자금을 빼서 무작정 투자하는 등 단기 차익 추구 유형이 많은 특성을 갖고 있어, ‘꾼‘들이 장난쳐 돈 벌기가 너무 쉬운 구조”라며 “‘꾼‘들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국민이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합수단처럼 보통의 검찰 부서보다 더욱 강력한 대응 기구를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본시장 사건은 매우 어렵고 복잡할 뿐 아니라 전문적”이라며 “사건 한 두건을 해본다고 전체 구조를 알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유능하고 박식한 검사, 수사관들을 뽑아 몇년 씩 전담을 맡아 수사하게 하는 등 검찰 내부의 전문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