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거점 국립대를 자퇴하는 학생이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신입생의 20%에 육박했다.

12일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방 거점 국립대 9곳의 자퇴생은 6366명으로 2016년 3930명보다 62% 증가했다. 신입생 수 대비 자퇴생 비율도 2016년 10.6%에서 2021년 17.8%로 높아졌다. 자퇴생이 모두 신입생은 아니지만, 숫자만 보면 신입생의 5명 중 1명꼴로 대학을 빠져나가는 셈이다. 수도권 대학이나 의대 등에 진학하려고 재도전하는 학생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학별로는 지난해 전남대에서 759명(신입생 대비 17.2%), 전북대 758명(17.9%), 제주대 363명(16.1%), 충남대 606명(14.6%), 충북대 505명(16.7%), 경북대 951명(18.9%), 경상대 664명(20.3%), 부산대 835명(17.7%), 강원대 925명(19.4%)이 자퇴했다.

지방대 가운데 상황이 괜찮은 거점 국립대 자퇴생이 이렇게 늘어난 건 지방대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태규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지방대 육성에 5년간 총 5조8417억원을 투자했고 매년 예산을 늘렸는데도 학생들이 매력을 느낄 학교로 만들지 못한 것”이라며 “지방 거점 대학이 경쟁력을 잃으면 그 지역 사회의 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했다.

12일 오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부산대, 경상대, 부산대병원, 경상대병원 국장감사에서 차정인 부산대학교 총장이 선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지방 국립대 국감장에서 총장들은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지역 대학은 시설과 인프라가 수도권보다 턱없이 부족해 합격을 하고도 자퇴한 뒤 수도권 대학을 선택하는 실정”이라며 “한 대학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인재가 지역을 떠나면 기업도 떠나고 기업이 떠나면 인재 유출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도 “지방 대학들이 다 죽어가고 있다. 세계 47위에 불과한 고등교육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신장시키고 미래 산업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도록 고등교육 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