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51)씨는 이번 여름 휴가 때 아내와 딸과 함께 3년 만에 미국으로 해외여행을 가려다가 최근 포기했다. 가뜩이나 물가가 치솟아 비행기표 가격이나 렌터카 기름 값 등이 비싸졌는데, 환율까지 달러당 1300원을 돌파하면서 부담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몇 년 전 미국에 파견 갔을 때를 생각해보면 미국은 휘발유 가격이 싸서 1갤런(3.78L)당 2달러 안팎이었는데 최근에는 5달러까지 올랐더라”면서 “아쉽지만 국내 여행으로 만족할 생각”이라고 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하면서, 여름방학·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이나 국외 연수 등으로 출국을 앞둔 사람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7월 중순 미국 워싱턴DC의 한 대학으로 1년간 방문 연수를 떠나는 B(39)씨는 강달러·고물가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국 주택 중위 가격이 40만달러(약 5억원) 선을 넘어 최고가 행진을 계속하면서 렌트비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데다 환율마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서 연수비는 원화로 주는데 환율이 오르다보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한 달쯤 전 환율이 달러당 1270원쯤일 때 2000달러 정도만 환전을 했는데, 더 많이 환전할 걸 후회가 된다”면서 “달러당 1270원보다 환율이 더 오를 줄 몰랐다”고 했다.

환율 걱정에 해외여행을 갈 때 ‘선(先)결제’를 하는 게 좋다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는 8월 결혼하는 예비신부 김모(29)씨가 그런 사례다. 그는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한 달 전쯤 환율이 달러당 1280원쯤일 때 숙소와 비행기표 등을 미리 다 결제했다고 한다. 김씨는 “결제할 당시에는 손해를 볼까 봐 걱정이었는데, 최근 환율이 계속 오르는 걸 보니 미리 결제를 해두길 잘한 것 같다”며 “이제는 가서 쓸 돈이랑 가족들 선물 비용이 걱정”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도 무섭게 치솟는 환율 때문에 걱정이 많다. 특히 중국 등 해외에서 농산물을 들여와 판매하는 농산물 수입업자들은 무역 거래가 달러로 이뤄지다 보니 타격을 입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임모(77)씨는 중국에서 마늘종을 수입해오는데, 지난 4월 한 박스(8kg)당 2만2000원이던 가격이 지금은 환율이 올라 3만1000원이 됐다고 했다. 해외에서 브로콜리, 당근 등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김성환(68)씨도 “농산물 원가가 계속 올라가니, 세금도 올라 너무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