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6층에 위치한 ‘강남구 청소년쉼터’. 가정 폭력에 시달리거나 가출한 10대 남자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시설이다. 1998년 개소해 지금까지 3260여명이 이곳을 거쳐갔다. 구립 청소년복지시설 중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연 곳이다. 하지만 24년 역사의 ‘1호 쉼터’는 오는 12월 문을 닫는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예산 문제로 이사 장소를 구하지 못하자, 강남구가 운영 종료를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이 쉼터는 강남구로부터 운영 위탁을 받은 감리회태화복지재단이 무상(無償) 제공한 장소를 사용해왔다. 지난 2018년 재단은 내부 사정으로 위탁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고, 강남구 측에 ‘3년 내 다른 위탁 업체와 장소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계약 종료 시한은 이달 22일까지지만, 강남구는 결국 대체 부지를 찾는 데 실패했다.

첫째 이유는 폭등한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강남구청은 작년 12월 구의회 심의를 통해 올해 쉼터 임차보증금 예산으로 9억원을 마련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쉼터 정원인 15명의 인원을 수용하려면 현행법상 50평 이상 장소가 필요하다”며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9억원의 예산으로 50평 이상 되는 강남 논현동, 신사동의 빌라와 건물을 찾아다녔지만 시세가 워낙 올라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임대인들이 건물에 청소년보호시설이 들어서는 걸 기피하는 것도 문제였다.

일각에선 강남구청이 쉼터 운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김민찬 사무국장은 “2018년부터 대체 장소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해왔는데 강남구청이 가정 밖 청소년들을 위한 보호시설 마련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그사이 부동산이 급등해 생긴 문제의 피해는 결국 위기 청소년들과 사회복지시설이 받게 됐다”고 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구청 차원에서 예산을 확충하거나 건물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청소년보호시설 존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