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가 게시한 영상은 KBO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영상입니다. 2일 이내 모든 게시물을 즉시 삭제하지 않으면, 5월부터 법무법인을 통해 고소·고발을 진행하며 선처는 없습니다.”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연합뉴스

최근 프로야구 중계 영상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린 네티즌들에게 이런 경고문이 속속 전달되고 있다. 발신자는 ‘KBO(한국야구위원회)’로 돼 있지만, 실제 보낸 주체는 프로야구 인터넷·모바일 중계권을 가진 ‘통신 3사와 포털(네이버·다음) 컨소시엄’이다. 컨소시엄은 중계권 대가로 연간 220억원을 KBO에 납부한다. 프로야구팀 ‘LG트윈스’ 팬인 김모(35)씨는 “지난달 22일 이런 경고를 보고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야구 중계 영상과 사진 수십개를 모두 지웠다”고 했다.

중계권을 보유한 기업들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일부 야구팬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내며 부글부글하고 있다. “돈 몇 푼 때문에 KBO 팬덤을 죽인다”는 주장이다. 팬들이 올린 ‘움짤(짧은 동영상)’ 등 야구 영상이 KBO의 인기를 높여준 측면이 있고 이젠 하나의 온라인 문화가 됐는데, 무턱대고 ‘저작권 위반 고소장’을 들이대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에 ‘일방적 움짤 규제의 철회를 요청한다’는 청원을 올린 이는 ‘가뜩이나 코로나로 KBO가 침체됐는데 (저작권자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KBO 리그 팬덤 문화마저 파괴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KBO 저작권 관련 글에도 ‘KBO 망해봐야 정신을 차린다’ ‘대신 MLB(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보겠다’ 등 부정적인 댓글 400여 개가 달렸다.

이에 대해 컨소시엄 측은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서 중계 영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상업적 이용만 제재할 뿐, 아직 일반 팬들이 즐기는 비상업적 ‘움짤'에 대해선 경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팬은 “제재가 언제든 일반에게까지 넘어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작권 단속이 본격화하면서 ‘스포츠 전문 유튜버’들은 상황을 직접 재연하거나,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는 등 영상을 대체할 나름의 대안을 찾고 있다.

최준수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콘텐츠의 확대·재생산과 중계권 사이의 충돌은 모든 프로 스포츠 종목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며 “일반 팬의 움짤처럼 저작권과 팬덤의 애매한 경계에 있는 영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