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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6개 가금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닭⋅오리 등 1883만 마리를 살처분한 가운데 지난 17일 충남 천안의 산란 종계 농장에서 기르던 종계(種鷄) 4만 마리가 살처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겨울 들어 산란 종계가 살처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기 안성의 산란 종계 농장도 19일 5만 마리를 살처분할 예정이다. 두 곳 모두 AI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발생 농가로부터 3㎞ 이내에 위치해 예방적으로 살처분 대상이 됐다.

산란 종계는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 농장에 병아리를 공급하는 종자 닭으로 계란 수급에 핵심 역할을 한다. 그래서 종계 농장 사수 여부가 올겨울 계란 값 안정의 열쇠라는 분석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산란용 닭은 살처분해도 다시 병아리를 들여와 키우면 되지만 그 병아리를 낳는 종계는 살처분되면 미국 등 해외에서 수입해와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AI가 창궐해 종계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라 정상 공급에 최소 8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종계 한 마리가 평생 낳는 산란계는 100마리 정도다. 그 산란계 한 마리가 평생 낳는 계란이 330개 정도니 종계 한 마리가 계란 3만3000개(100마리ⅹ330개)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산란 종계까지 살처분되면서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2017년 ‘계란 파동’ 때도 전국 산란 종계의 3분의 1(43만6000마리)이 살처분되면서 계란 한 판 값이 평균 9500원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계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미국산 계란을 수입하기도 했다.

이번에 살처분된 산란 종계는 전체 산란 종계(59만7000마리)의 15% 정도로 아직 2017년 수준은 아니지만 대규모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종계 농가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예방적 살처분을 이유로 AI가 걸리지도 않은 종계를 과도하게 살처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환 삼흥농장 대표는 “계란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계의 경우 AI 확산세를 정밀 조사해 살처분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