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국내에서 두 번째 항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 1440명 중 혈액에 코로나 항체가 있었던 경우는 1명(0.07%)에 불과했다.

질병청은 14일 “6월 10일~지난달 13일 대구⋅대전⋅세종을 포함한 13시·도 국민건강 영앙조사 참여자 1440명에 대해 항체 검사를 실시했더니 1명의 혈액에서 항체가 나왔다”고 밝혔다. 항체 검사는 코로나 진단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실제 감염된 적이 있는 ‘숨은 감염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직전 2주간 확진자 가운데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 비율이 보름 연속 20%대로 집계될 정도로 숨은 감염자가 지역사회에 누적돼 있을 것이라는 게 방역 당국의 그간 분석이었다. 그런데 이와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검사 방식의 정확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지난 10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던 질병청은 발표를 10분 앞두고 발표 시점을 미루기도 했다.

◇1440명 중 코로나 항체 1명만

질병청은 7월 9일 첫 항체 조사 결과에서, “3055명을 조사한 결과 1명(0.03%)의 혈액에만 항체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감염이 있었던 대구를 포함해 대전⋅세종 지역을 제외했던 조사였다. 때문에 “표본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이번에 대구 등을 포함해 다시 조사했다. 그런데 1만명당 7명꼴로 항체가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국가별 코로나 항체 검사 결과. /그래픽=양인성

2차 조사 결과 발표된 항체 보유율은 미국 뉴욕(24.7%), 영국 런던(17%), 중국 우한(3.2%), 일본 도쿄(0.1%)보다 낮았다. 앞서 지난 7월 21일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경북대 의대 등 공동 연구진은 “5월 25일부터 6월 5일까지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찾은 비(非)코로나 환자와 보호자 198명을 검사한 결과, 15명(7.6%)이 코로나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검사에서 145명의 대구 지역 검체 중 항체는 나오지 않았다. 1명의 항체 보유자는 서울 지역에서 나왔다.

◇질병청 “1만명 추가 조사하겠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해외에 비해 양성률이 낮은 것은 지난 6월부터 8월 초까지 확진자가 적었던 것의 영향”이라고 했다. 또 “나라마다 검사 방법이 다른데 ‘래피드(rapid) 키트’라는 신속 검사법으로 할 경우 양성률이 조금 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래피드 키트는 코로나가 아닌 감기 같은 다른 바이러스만 있어도 항체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뉴욕 등은 래피드 키트로 검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1차에 이어 2차 결과도 실제 숨은 감염자 규모를 파악하기에 미흡한 결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표본도 너무 적은 데다 대유행이 일어난 8월 중순 이전 조사 결과라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 청장은 "지난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유행의 정도를 반영하는 시점을 정해 전국 1만명 규모의 항체 보유 검사를 민간 위탁 연구 용역 방식으로 시행하겠다”며 “항체가 양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9월 말 또는 10월 초 정도가 좋은 시기가 아닌가 판단한다”고 했다. 정 청장은 또 “군 입소 장정 1만명 등 추가 항체 조사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