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국빈 방문을 맞아 백악관에서 주재한 만찬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 미·일 양국 거물들이 출동했다. 한국인도 한 명 있었다. 2021년 10월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다국적 기업인 파나소닉의 미주 본부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명원(미국명 ‘메건 리’)씨다.

이씨는 1980년대 후반 파나소닉에 법무팀 비서로 입사, 30년 넘게 ‘최초, 최초’ 기록을 써 내려간 입지전적인 여성이다. 이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대학 재학 중엔 “교수 부인이 돼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현모양처가 꿈이었다”고 한다. 1987년 은행 주재원 발령을 받은 부친을 따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왔는데 이때 파나소닉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입사 제안을 받았지만 출산 직후라 거절했는데 모친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다.

일본어에 능통했던 이씨는 사내 법무팀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러다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인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2015년 미주 본부 부사장이 됐고, 6년 뒤엔 CEO 자리에 올랐다. 이씨는 두 자녀를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다 주고 싶지만 자식들을 위해 희생만 하는 엄마가 되자는 건 아니었다”며 “희생하는 엄마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엄마가 더 중요하다 믿는다”고 했다. 이런 배경을 살려 임원이 된 후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인 여성들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씨는 11일 기시다의 상·하원 합동 연설에도 제리 모란 상원의원의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2022년 11월 파나소닉이 모란 의원 지역구인 캔자스주 데 소토에 첨단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것이 인연이 됐다고 한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거기서 배우면 된다”는 게 이씨의 인생 모토(신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