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한·일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재선될 경우 (한·미) 양국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일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본질은 결국 ‘부동산 업자’”라며 “한국 또한 투자자산으로 보고 ‘우리가 (돈 들여가며) 한국을 지키고 있다’고 여긴다”고 했다. 볼턴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초기 핵심 외교·안보 참모였다. 트럼프와 외교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다 2019년 9월 물러났고 지금은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인터뷰엔 미 한미연구소(ICAS)의 김상주 부회장도 참여했다.

-가능성이 커진 ‘트럼프 2기’에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트럼프 재임 시 가까웠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모델을 따르라고 권하고 싶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우려했던 아베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화 통화를 하고 함께 골프를 쳤다. 그 결과 트럼프는 아베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를 상대하는 일엔 반복과 끈기가 중요하다. 혹시라도 트럼프가 당선되면 망설이지 말고 대선 다음 날 바로 전화하고 틈날 때마다 전화로 트럼프의 의견을 묻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아베와 존슨이 이런 방법을 썼고 효과가 있었다.”

-트럼프는 2기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할까.(볼턴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바로 김정은에게 전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김정은은 세 번에 걸쳐 정상회담을 했지만 어떤 회담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옆에서 지켜본 결과) 트럼프는 확실히 하노이 회담에 와서야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의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의 문제 중 하나는 국가 간 외교 관계를 국가 정상들과의 개인적 친분과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나와 김정은과 친하니 미·북 관계도 좋다’는 식이다. 위험한 발상이다.”

트럼프는 누구인가 -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1일 본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재차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은 볼턴 전 보좌관이 2018년 5월 미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지켜보는 모습. /AFP 연합뉴스

-어떤 점이 특히 위험한가.

“일단 외교 무대에서 이는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 ‘김정은 개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 국익과 직결되지 않는다. 트럼프가 다시 한번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치자. 사람들은 ‘이전에도 성과가 없는데, 이번엔 미국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라고 독촉할 것이다. 이에 신경을 쓰는 트럼프는 성과 내기에만 혈안이 돼 미·북 합의 사항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는 일을 소홀히 할 것이 분명하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를 돌아보면 트럼프는 김정은과 처음 만난 직후 수십 년 동안 진행해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어떤 참모와도 상의하지 않았고 우리는 ‘폭탄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 김정은의 반응은? 활짝 웃으며 ‘너무 대단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이번에도 (성과를 과시하려) 어떤 엄청난 것을 포기할지 누가 알겠나.”

한국 정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금 특별 협정(SMA) 협상 준비에 착수했다. 과도한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던 트럼프가 재선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조치다. 그러나 일각에선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이전 합의까지 갈아치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는 이전 정부의 합의를 무산시킬 수도 있을까.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한국 정부가 역내 안보와 동맹 관계에 대해 바라보는 ‘장기적인 관점’이 미국 내에서 (민주당·공화당 할 것 없이) 꽤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윤 정부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과 같은 문제도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하려고 하는 듯하다. 양국 모두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우리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마주한 (중국 등) 더 큰 위협을 감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북핵과 관련해 미국에서 북한 비핵화 압박 대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군축에 나서자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간의 협상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는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군축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북한의 군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또한 자명하다.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비핵화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 북한의 세습 공산 독재 체제가 매우 불안정한 기반에 놓여 있다는 점도 비핵화 과정에 염두에 두어야 하는 변수다.”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을 갖추도록 할 의향이 있다고 보나.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 내부에서 미국의 핵우산(핵 확장 억제) 능력을 믿지 못하고 독자 핵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음을 안다. 이해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핵우산을 통한 역내 안정 강화가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중 등의 위협에 가장 잘 대응할 방법이 무엇인지는 계속 가늠해봐야 한다. 북한이나 중국의 침략 가능성에 대비한, 미국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검토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미국은 1950년대부터 북·중 도발 대비를 위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해오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1991년 이를 철수한 상태다.)

-트럼프가 2기에도 (1기 때처럼)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꺼낼까.(미국은 연방 국방수권법을 통해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병력 배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다. 대통령이 최고 통수권자이긴 하지만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는 (한국을 굳건한 동맹으로 믿는) 의원들의 엄청난 반발과 분노를 불러일으킬 사안이다. 트럼프가 나토에서 탈퇴하려고 하자 이에 대응해 미 의회가 ‘의회 동의 없는 나토 탈퇴는 금지한다’는 내용을 지난해 말 법에 추가했는데, 비슷한 논란이 주한미군 철수를 두고도 일어날 수 있다.”

-미 언론들이 잇따라 ‘트럼프 2기’ 백악관에서 일하게 될 참모진 예상 명단을 보도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트럼프는 자신이 누굴 발탁할 지에 대해 주위에서 추측하는 걸 매우 즐긴다. 잠재적 후보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의도적으로 긴장하게 만드는 걸 좋아한다. 누가 선택될지는 모른다. 다만 트럼프는 ‘충성심’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둔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의 충성심은 헌법에 대한 충성심이어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이 당장 떠올릴 수 없는 행동 방침을 제안하는 참모들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말만 하면 무조건 ‘예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 이 충성심 문제는 트럼프 2기에서 잠재적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

볼턴은 “한국은 인도와 호주, 일본, 그리고 미국 등 인·태 지역 국가들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이들이 포함된 ‘퀸트(5자 대화) 협의체’를 만드는 걸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 발전하는 한국의 참여가 역내 지역의 안보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만큼 충분히 실행 가능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김정은이 재빠르게 전화해 ‘재선 축하한다’고 하기 전에 윤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이런 이니셔티브를 (트럼프에게) 설명해 깊은 인상을 남겼으면 한다”며 “그가 (한국을 경시하는 게) 얼마나 위태로운 일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존 볼턴

1948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예일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했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법무부 차관보로 기용된 이후 30여 년간 모든 공화당 행정부에서 공직을 맡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인 2001~ 2005년 국무부 국제안보·군축 담당 차관 등을 거치면서 북한·이라크·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이라크 침공을 공개 지지했고,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도 주장해 ‘수퍼 매파(강경파)’ 소리를 들었다. 2005년 유엔 주재 대사를 맡아 대북 제재 등을 이끌어내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북한이 볼턴을 ‘흡혈귀’ ‘인간쓰레기’라고 부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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