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업의 독점을 막겠다며 대형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달아 소송을 제기해온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번엔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인 애플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냈다. 21일 미 법무부는 16개주와 함께 애플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무부는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독과점 기업에 맞서 싸워온 유구한 유산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날 워싱턴 정가 등에선 “빅테크의 독점 문제를 지난 몇년간 물밑에서 조사했던 법무부가 제대로 칼을 빼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애플 소송에 이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거대 AI(인공지능) 기업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애플 소송, 스탠더드 오일 해체, AT&T 분할과 비견”

조나단 캔터 미 법무부 반독점국장이 21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캔터 국장 뒤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 /AFP 연합뉴스

조나단 캔터 미 법무부 반독점국장(차관보)은 이날 애플 소송에 대한 기자회견에서1911년 존 록펠러가 설립한 스탠더드 오일 해체, 1984년 유선 전화 사업을 독점하고 있던 AT&T의 분할,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소송 등 법무부가 독점 거대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던 과거 사례들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날 애플에 대한 반독점 소송은 (반독점을 위해 노력했던) 법무부의 유구한 유산에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1890년 제정된 ‘셔먼법’을 근거로 미 정부는 시장 질서를 해치는 독점 기업에 대해 해체 및 강제 분할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왔다. 1911년 석유 재벌 록펠러가 설립한 스탠더드 오일은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으면서 34개 기업으로 분해됐다. 1984년에는 유선 전화 사업을 독점하고 있던 AT&T가 8개 기업으로 찢어졌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넣기 관행으로 반독점법 소송을 치렀고 1심에서 기업 분할 판결을 받았다. 결국 항소 끝에 빌 게이츠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 기업 분할을 피했다.

이날 애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적용했던 조항도 셔먼법이다. 미국의 반독점법인 이른바 셔먼법 2조는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선 미 당국이 과거 사례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산업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빅테크들이 과거와 비즈니스 모델과는 다르고 성장 속도도 판이해 반독점법 적용이 이론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선 법무부의 이날 소송 시점을 두고 오는 11월 대선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 기업들의 독식을 우려하는 진보 진영을 의식한 조치란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2025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사법 당국의 반독점 예산을 6300만 달러를 배정했다.

◇다음 타깃은 AI 기업들?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지난 2021년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법무부 반독점국과 함께 반독점 정책 및 수사 등을 진행하는 주요 축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AI 기업들의 독점 문제를 살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1월 오픈AI에 130억달러(약 17조3700억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확보했다. 이어 구글과 아마존은 앤트로픽에 각각 20억달러(약 2조6700억원)와 40억달러(약 5조34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FTC는 올 초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픈AI, 알파벳, 앤트로픽 등 5개 회사에 AI 관련 투자 파트너십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했다.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 미 FTC 위원장은 지난달 하버드대 강연에서 “AI 분야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부 (AI)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지 않고 경쟁의 기회, 혁신의 잠재력이 보존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3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행사에서도 “반도체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앱 등 AI의 여러 분야를 살펴보고, 집중(독점)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 초에도 “(AI 기업들이) 혁신을 주장하며 위법을 숨기는 걸 두고 보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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