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미시건주 워터포드 타운십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 대표적 경합 지역인 미시간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아랍계 유권자들의 성난 표심에 직면하면서 11월 대선 본선 레이스에 경고등이 켜졌다.

바이든은 이날 유권자가 지지 정당 여부를 선택해 투표장에 나가는 프라이머리(primary·예비 선거) 방식으로 치러진 미시간 경선에서 80%가량 득표율로 승리했다. 다른 민주당 후보인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과 딘 필립스 연방 하원 의원은 각각 3% 안팎 득표에 그쳤다. 그런데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이란 선택을 한 투표가 13%, 총 10만명(개표율 85% 기준)에 달했다. 그동안 심상치 않던 바이든에 대한 당내 표심 이반이 실제 확인된 것이다.

이날 반란 표는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편든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미국 중북부에 자리한 미시간주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약 21만명의 아랍계 미국인이 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불만을 품은 이 지역의 아랍계와 청년 유권자들은 경선 한 달 전부터 ‘리슨 투 미시간(Listen to Michigan·미시간에 귀 기울여라)’이란 구호를 앞세워 바이든 불신임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경선 직후 축하 파티를 열어 “바이든이 (가자지구에서) 영구적 휴전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며 “대선 때까지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대선 본선의 승부를 가를 주요 경합주들에서 바이든의 경쟁력에 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지난 20~24일 미시간주의 1000명을 여론조사한 결과, 바이든 지지율(39%)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2%)에 3%포인트 뒤졌다. 지난 대선에서는 미시간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3%포인트가량 차이로 이겼다. 다른 경합주인 조지아·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주 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중동 정세 등) 현상 유지 정책으로는 승리할 수 없고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로 카나 하원 의원)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바이든은 26일 NBC방송에 출연해 이스라엘의 극우 연정 내각을 향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보수적인 정부” “(이스라엘이) 전 세계에서 지지를 잃을 것”이라며 하마스와의 일시 휴전을 공개 압박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7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인의 82%가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한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미시간주 공화당 경선에서 68%(개표율 92% 기준)를 득표해 26%인 니키 헤일리 후보를 또다시 제쳤다. 지난달 15일 아이오와주 첫 공화당 경선을 시작으로 총 5주 1자치령에서 거둔 6연승의 파죽지세다. 헤일리는 이날도 경선 완주를 거듭 밝혔지만, CNN은 다음 달 5일 16개 지역서 대선 경선이 동시에 열리는 이른바 ‘수퍼 화요일’이 “헤일리의 마지막 선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