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미국 내 항구에 설치된 중국 상하이진화중공업(ZPMC)의 대형 크레인. /ZPMC

지난달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 풍선이 격추돼 논란이 커진 가운데, 최근 미 안보 담당 부서가 자국 전역의 항구에서 사용하는 중국산 대형 크레인을 잠재적 스파이 도구로 여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항구와 선박 사이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 쓰는 대형 크레인에는 컨테이너 출처와 행방을 추적하는 정교한 센서가 달려 있는데, 중국이 이를 통해 미군이 해외 작전에 동원하는 물자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군이 원격으로 크레인을 망가뜨리면 해군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미국 항구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안보 당국은 특히 상하이진화(上海振華)중공업으로 불리는 기업 ZPMC의 대형 크레인을 경계하고 있다. ZPMC는 서방 기업보다 싼값에 크레인을 판매해 세계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항구에서 사용하는 크레인의 거의 80%가 ZPMC 제품이다. 송하이량 당시 ZPMC 회장은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동영상에서 “상하이 본사 사무실을 통해 모든 크레인을 모니터할 수 있다”고 말했다.

ZPMC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 사업의 주요 계약자인 중국 국영기업(중국교통건설)의 자회사란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WSJ는 “일부 안보 당국자들은 ZPMC 크레인을 ‘트로이 목마(木馬)’에 비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그리스군이 대형 목마를 타고 트로이성에 침투한 것처럼 대형 크레인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취지다. 최근 2년간 버지니아주 노퍽,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등 인근에 미군 기지가 있는 항구에서 ZPMC의 새 크레인을 구매하며 미 안보 당국의 걱정은 더 커졌다.

주미 중국대사관 측은 중국산 크레인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피해망상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키며 ‘해외에서 제조된 크레인이 미국 항구의 사이버 안보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올해 연말까지 만들라’고 교통부에 요구했다. 카를로스 히메네스 연방 하원의원(공화)은 지난해 미국이 더는 중국산 크레인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방첩보안센터 국장을 지낸 빌 에바니나는 “중국산 크레인이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동원될 것을 우려해 화웨이 통신망을 금지한 것처럼 크레인도 그런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