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각) 치러진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연방 하원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024년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간선거 직후인 15일 ‘중대 발표’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차기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 간 재격돌’이 성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공화당의 떠오르는 스타’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가 이날 재선에서 압도적 차이로 승리, 그를 ‘트럼프의 대안’으로 고려하는 공화당 내 여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는 최근 연일 디샌티스를 겨냥한 ‘견제 발언’을 내놓고 있다. CNN은 “중간선거 당일에 공화당 대선 경쟁도 본격 시작됐다”며 “트럼프와 디샌티스 간 다툼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일 오하이오주 유세 연설 이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디샌티스가 출마할지 잘 모르겠다. 만약에 그가 선거에 나서면 매우 심하게 다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선거에 출마하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며 “(공화)당에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디샌티스에 대해 좋지 않은 비밀 정보를 갖고 있다. 그가 출마해 대선 경선에서 맞붙는다면 이를 폭로할 수 있다”고도 했다. 워싱턴의 의회 관계자는 “트럼프가 디샌티스를 ‘대선 라이벌’로 공식 규정하면서 공격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라고 했다.

아내와 함께 기뻐하는 디샌티스 - 8일(현지 시각) 재선에 성공한 론 디샌티스(왼쪽) 플로리다주 주지사가 아내 케이시 디샌티스와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선거에서 득표율 59.4%로 민주당 후보 찰리 크리스트 전 주지사에게 19.5%p 차이로 승리하면서 공화당 내에서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뉴욕타임스는 “한때 격전지로 꼽혔던 플로리다에서 공화당 장악을 확실히 하고 대선 잠룡으로서 자신의 명성을 공고히 했다”고 했다. 그는 전국적 차원의 코로나 방역 규제를 거부하고 바이든 정부에 맞서면서 인기를 끌었다. 지난 9월엔 불법 이민자를 옹호하는 민주당 진영의 텃밭 선거구인 매사추세츠주에 불법 이민자를 비행기에 태워 보내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가 주지사 첫 임기 중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보수적 정치 행보를 보인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차기 대선 후보로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투표하고 싶다고 밝힌 데 이어 공화당 정치자금 ‘큰손’으로 꼽히는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도 “다음 세대로 넘어가야 할 때”라며 그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달 공개된 ABC뉴스 여론조사에서 ‘누가 공화당을 미래로 이끌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공화당원의 72%가 디샌티스라고 답해 트럼프(64%)를 앞섰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당선이 확정된 후 탬파 컨벤션센터에서 축하 파티를 열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수천 명의 지지자가 디샌티스의 승리를 축하했다”며 “이날 파티는 당선 축하라기보다 2024년 대선 출마 ‘미리 보기’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는 대선 출마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침묵하고 있는데, 미 의회 매체 더힐은 “대선 출마를 조용히 노리는 디샌티스가 (대선 출마) 타이밍을 탐색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재선 도전 꿈에 부푼 트럼프의 행보엔 제동이 걸리게 됐다. 미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과 주요 주지사까지 압승, ‘레드 웨이브(red wave·공화당을 뜻하는 빨간색 물결)’가 미 전역을 뒤덮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계기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었다. 그는 7일 연설 말미에서도 자신이 공개 지지했던 공화당 상원의원 및 주지사 후보 등 50여 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승리를 공언했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예상 외로 선전하면서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와 그의 극단주의 정치 지지자들이 이번 선거의 패배자”라고 했다.

이와 함께 최대 스윙스테이트(경합 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그가 공개 지지했던 메흐멧 오즈 상원의원 후보와 더그 마스트리아노 주지사 후보가 동시에 패배하면서 공화당 내에서 후보 공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개인 사업체 탈세 및 금융 사기 혐의, 2021년 1·6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둘러싼 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그에게는 큰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