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 인권 문제의 “초당적, 탈정치화한 컨센서스(일치된 의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북한 인권 문제를 앞에 두는 것에서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한목소리”라며 “북한 인권 문제는 사실 리버럴(진보적인) 가치인데, (한국) 민주당에서 남북 관계 특수 관계를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북한이 이를 감사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일단 초당적으로, 탈정치화한 (북한 인권 관련) 컨센서스를 이루고, 이를 통해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주요 선두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대사는 지난 2016년 9월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규정된 자리지만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공석이었다. 지난 7월 임명된 이 대사는 이번에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 등을 만났다.

북한이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뒤 한 달 만에 방미한 이 대사는 “모두가 북한 인권에 대해 얘기하는데 아무도 북한 인권이 정확하게 뭔지 모르는 게 문제”라며 “‘북한 인권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제도화를 통해 국제 컨센서스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든, 어떤 성향의 정권이 들어오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마지노선’인 북한 인권 문제가 무엇인지, 양보할 수 있는 원칙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북한 인권 유린 문제를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패키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무기 개발을 할 때 엄청난 돈이 들었을 텐데 그 돈으로 굶고 있거나 힘든 국민들을 먹이고 경제 개발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누구나 생각한다”며 “앞으로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그(북핵) 얘기를 할 때 항상 인권 문제를 같이 얘기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사는 “(임명 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아직 만나지 못한 그룹이 있다. 굉장히 아이러니하게도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인권법을 그분들이 통과시켰기 때문에 내가 대사가 된 것”이라며 “(하지만) 그분들이 반대를 해서 북한인권재단이 못 만들어졌다”고 했다. 2016년 북한인권법에 북한인권재단 설립도 규정돼 있지만, 남북 관계를 의식한 민주당이 줄곧 이사 추천을 미루면서 아직 출범하지 못했다.

이 대사는 “대북 인권 문제는 문 대통령 때 사라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되돌리는 단계”라면서 “(미국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멀리 보낸 것을 바이든 대통령이 되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가 너무 많이 (북한에) 양보한 것 같다”며 “(북한이) 버릇없어지고 대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상황을) 회복해서 북한과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참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작점이 너무 어려워진 상황이 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국도 지난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국무부에 북한인권특사를 두도록 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대사는 “북한 정권에 굉장히 분명한 경고가 될 것이고, 북한 주민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희망의 촛불이 될 것”이라며 미국 측의 조속한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촉구했다.

이날 이 대사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날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 인권 상황에 대해 토의를 개최하자는 내용의 결정안이 47국 이사국 중 30국의 반대·기권으로 부결된 것을 두고 “(이슬람 소수 민족 위구르족의 인권 문제인데도) 반대·기권한 국가 다수가 이슬람권이라 놀랐다”며 “(중국) 경제 자원이 정말 엄청나게 강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