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빼앗겼던 헤르손주 비소코필리아를 수복한 뒤 건물 옥상에 자국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 인스타그램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최근 북한으로부터 수백만 발의 미사일과 포탄을 구입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익명의 미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5일(현지 시각) 단독 보도했다.

NYT는 “미 정보 당국은 정확한 무기, 선적 시기, 규모에 대한 세부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면서도 “(러시아가 북한 포탄을 수입하는 건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제재가 러시아의 군사 공급망을 심각하게 제한해, 왕따 국가(pariah state)인 북한에까지 눈을 돌리게 했다는 신호”라고 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속 군사 전문가 프레드릭 케이건은 “북한이 생산한 152mm 포탄이나 카츄샤 미사일은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며 “러시아가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눈을 돌린 것은 전쟁에 필요한 가장 단순한 (군사) 물자도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익명의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단거리 로켓이나 포탄 이외의 무기도 북한으로부터 구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보유한 포탄의 물량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양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정밀 미사일은 물론 구형 미사일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다고 미 포브스지는 최근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이 지원한 로켓으로 탄약 저장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 것도 러시아의 무기 부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달 초 미 정부는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군사용 드론(UAV·무인항공기)을 들여온 사실을 밝히면서 “러시아군은 제재와 수출 통제로 우크라이나에서 심각한 장비 부족을 겪고 있다. 신뢰성을 확신하기 힘든 이란 같은 국가에 물자와 장비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NYT는 “미 정부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군사적 움직임을 공개한 이후로 속속들이 모스크바의 군사 계획에 대한 정보를 기밀 해제 한 뒤 공개해왔다”며 “(정보 공개가) 한때 다소 소강 상태를 보였는데 최근 이란의 드론 구매 및 북한 포탄 구매 등을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정보 공개는) 러시아군의 어려움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반발해 러시아는 최근 제재 조치를 해제할 때까지 유럽으로 가는 천연 가스 파이프라인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에 서방 국가들은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며 잇따라 규탄 성명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