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제리 내럴드 연방하원의원의 제10선거구 조정안 모습. 뉴욕시 맨해튼 어퍼 웨스트부터 남부 월스트리트를 거쳐,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허드슨강을 건너 브루클린구를 뒤틀듯이 꺾어 이어지는 모습이다. /뉴욕 선거구재조정위원회

미국 뉴욕주를 장악한 민주당이 자당(自黨) 소속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이하게 뒤틀린 모양의 선거구 재조정안을 내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뉴욕주의회 선거구재획정위원회(LATFOR)는 연방하원 선거구 재조정안을 공개했다. 2020년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라 올해 11월 중간선거부터 뉴욕주 연방하원 의석 수가 27석에서 26석으로 줄게 되면서 선거구를 통합·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거물인 제리 내들러(74·15선) 연방 하원의원의 지역구인 제10선거구 형태를 본 주민들은 경악했다. 뉴욕시 맨해튼의 부촌인 어퍼 웨스트 지역부터 남부 월스트리트를 따라 내려온 선거구가 허드슨강을 건너 브루클린 남부에서 북쪽으로 크게 꺾였다가 남쪽으로 뒤틀려 다시 뻗어 내려오는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여당인 민주당의 현역 거물인 제리 네이들러 연방하원의원이 지난 연말 연방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그의 지역구인 뉴욕 제10선거구가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형적 뱀 모양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 언론과 공화당 등이 미국의 게리맨더링(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기형적으로 선거구를 조정하는 일)을 빗대 '제리맨더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 언론들은 “큰 뱀이 온몸을 뒤틀며 뉴욕시를 가로지르는 듯하다”(뉴욕타임스) “무자비하게 여기 깎고 저기 갖다 붙인 꼴”(워싱턴포스트)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부당하고 기형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 중에서도 매우 악랄한 사례가 나왔다면서, 내들러 의원의 이름을 따 ‘제리맨더링(jerrymandering)’이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은 선거구 획정을 각 주 다수당과 현역 의원들 손에 맡겨놓고 있다. 주의회가 결정한 선거구에 대해선 연방법원도 개입할 수 없다.

게리맨더링은 181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Gerry)가 소속 정당인 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그었는데, 그 모양이 서양 전설 속 도롱뇽 모양 괴물인 샐러맨더(salamander)와 닮았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1812년 미 매사추세츠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그렸던 연방하원 의원 선거구. 전설속 괴물 샐리맨더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란 말이 생겼다.

이런 선거구가 나온 것은 내들러 의원이 자신의 지지층인 유대계 유권자를 결집하기 위해 맨해튼구와 브루클린구의 유대계 밀집 지역을 따라 선거구를 그렸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특히 10선거구가 브루클린 남쪽을 크게 우회해 북쪽으로 치솟은 것은 뉴욕 시내 유일한 공화당 소속 니콜 말리오타키스(41·초선) 하원의원의 11선거구에 브루클린의 진보 성향 유권자 밀집 지역을 밀어 넣어 민주당이 쉽게 재탈환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이런 식으로 뉴욕주 전역의 하원의원 선거구가 바뀔 경우 민주당 19석, 공화당 8석인 현재 구도가 올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21~22석, 공화당 4~5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공화당이 불모지와 다름없던 뉴욕에서 최근 세력을 넓히고 있지만, 오히려 3~4석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