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코로나 백신 부족으로 신음하는 ‘백신 디바이드(격차)’가 문제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백신이 남아돌아 버리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에서 이달 말로 유통기한이 끝나는 존슨앤드존슨 계열사 얀센 백신 재고가 수백만 도스(1회 접종분)에 달해 폐기 위기에 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얀센 백신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한국에 100만명분을 지원한 백신으로, 한국에 들어온 물량 역시 유효기간이 대부분 이달 2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얀센은 지금까지 미국 정부에 2140만회 분량을 납품했는데, 이 중 절반 정도만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4월 미국에서 얀센 백신 접종 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혈전증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열흘간 사용 중단 조치를 내린 것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규모 예약 취소 사태가 벌어지는 등 얀센 거부감이 커졌다. 어차피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물량이 워낙 풍부해 얀센을 굳이 맞지 않아도 된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지하철역에서 지난 5월 임시 백신 접종소에서 얀센 백신을 놓는 모습. 미국에서 얀센 백신이 남아돌면서 해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임시 접종소에서 소진하려 했지만 미국 인도분의 절반은 유통기한 만료로 폐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AP 연합

미 국민의 약 60%가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지만 백신 기피층의 접종 거부로 접종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된 것도 이유다. 뉴욕시가 관광지에서 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얀센 백신을 놔줄 정도로 백신 소진 아이디어를 짜냈고, 민간 의원과 약국 등에 보급하기도 했지만 남아도는 물량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화이자·모더나 백신도 10~20%는 사용하지 못한 채 유통기한 만료 등으로 폐기하고 있다.

각 주에선 유통기한이 임박한 수천~수만 도스의 얀센 백신을 처치하지 못해 자체적으로 개도국 등 외국 지방정부에 보내면 안 되겠느냐고 연방정부에 문의하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는 외국에 즉시 수송돼 기한 내 접종이 완료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