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8일(현지 시각) 공개한 반도체 등의 핵심 공급망 강화 전략 보고서에서 ‘한국’을 74회, ‘삼성’을 35회나 언급했다. 일본(85회), 대만(84회) 등과 함께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공급망 구축의 핵심 동맹국이 돼 달라는 바이든의 ‘러브콜’이 강해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SK’도 14번, ‘LG’는 9번 거론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 미국 제조업 재활성화, 보편적 성장 조성’이란 제목의 250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미 정부에 핵심 공급망 강화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위험 요소와 취약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라 상무부, 에너지부, 국방부, 보건복지부가 각각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산업 공급망을 100일간 검토한 내용을 아우른 것이다.

보고서의 골자는 투자 및 R&D(연구·개발) 확대를 통해 중국에 상당히 의존하던 재료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미국 중심의 새로운 4대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삼성은 특히 반도체 공급망을 다룬 대목에서 집중 언급됐다. 이 보고서는 “미국은 핵심 파트너들과 함께 반도체와 관련된 연구·개발 기회를 더 많이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만, 유럽, 일본과 함께 한국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의 핵심 동맹과 파트너들이 집단적으로 공급망 취약성을 평가하고 집단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핵심 정부 관료와 민간 분야 관계자들을 모으는 ‘글로벌 포럼’을 열라”고 권고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한 보고서의 표면적 주제는 ‘공급망’이지만 내용에는 ‘대중 견제’란 본심이 확실히 담겨 있다. 보고서에는 미국 공급망이 약화된 원인을 “중국의 부상”에서 찾으며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미국의 공급망을 좀먹고 있다”고 중국을 겨냥하는 표현이 들어갔다. ‘중국(China)’이란 단어는 458번, ‘중국의(Chinese)’라는 단어는 108번 언급됐다. 미국의 공급망을 약화시키는 중국 등의 불공정 행위를 찾아내기 위한 ‘공급망 무역 기동타격대(strike force)’를 구성하자는 내용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 상원에서도 이날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2500억달러(약 278조원)를 투자하는 법안이 찬성 68, 반대 32로 통과됐다. 지난 4월 상원 외교위에서 발의됐던 ‘전략적 경쟁법’ 등 6개 위원회에서 발의된 대중 견제법을 하나로 모아 ‘미국 혁신과 경쟁법’이라 이름 붙인 이 법안의 골자는 반도체, 인공지능(AI) 같은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을 집중 지원해 21세기 미·중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5년 동안 1900억달러(약 211조원)가 기술 개발에 투자되는데 그중 540억달러(약 60조원)가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 품귀 현상을 빚은 자동차용 반도체에만 20억달러(약 2조원)가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