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첫 아마존 노조 결성 투표를 진행했던 앨라배마 베서머 공장. 노조 반대 직원이 찬성의 두 배가 나와 부결됐다. /A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온라인몰 아마존의 미국 직원들이 추진한 노동조합 결성 시도가 무산됐다. 이로써 제프 베이조스 회장이 이끄는 아마존은 설립 이래 25년간 ‘무(無)노조 경영’을 이어가게 됐다.

미 앨라배마주 베서머의 아마존 창고 직원들이 소매·도매·백화점노동자조합(RWDSU) 가입 여부를 투표에 부쳤으나, 71%가 반대해 부결된 것으로 9일(현지 시각) 알려졌다. 직원 6000여 명 중 3000여 명이 투표했는데 유효투표 중 반대는 1798표인 반면 찬성은 738표에 그쳤다. 노조 추진파는 “사측이 온갖 방해 작업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한 직원들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사측과 직원들이 직접 소통하면 되는데 비싼 노조 가입비를 왜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조 결성 무산 소식에 9일 아마존 주가는 2.2% 급등하기도 했다.

유럽에선 일부 아마존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었지만, 미국의 아마존 사업장에선 최근 몇 년간 노조 결성 시도가 계속 실패했다. 앨라배마 베서머 직원은 미 전체 아마존 직원 95만명의 1%도 안 되는 적은 숫자지만, 노조가 결성될 경우 미국에서 월마트에 이어 일자리 창출 2위 기업인 아마존의 첫 노조라는 점에서 큰 상징성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투표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이 노조 결성을 지지하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투표 결과가 노조 결성을 저지하려 대대적 전투를 벌여온 아마존에 중대한 승리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노조 가입률은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민간 분야의 노조 가입자 비율은 1973년 24.2%에서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6.3%였다.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으로 노조가 강했던 미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면서 미국 내 비율이 줄어든 반면, 급성장한 서비스·보건 분야는 노조 결성 유인이 낮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